행복한 나눔 시간 “나는 할아버지 요리사!”

지역내일 2011-05-27 (수정 2011-05-27 오후 7:52:57)

5월 12일 할아버지 요리사들이 등장했다. 이날 할아버지 요리사들은 전주시 완산구 해님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얘들아! 오늘 할아버지들과 같이 간식 만들어 먹자~.”
먼저 할아버지들이 준비해 온 빵과 샌드위치 속재료를 보여주면서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감자와 계란을 으깨고 양파와 당근을 다져 마요네즈로 버무린 영양식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는 시간. 아이들은 마냥 신난 표정이다. 손으로 마요네즈를 만져 보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주걱으로 비비는 시간도 가졌다.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말하는 화수(11)도 할아버지와 함께 만드는 요리에 푹 빠졌다.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같이 요리를 하니까 가까운 느낌이 들어요. 샌드위치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재미도 있어요.”
어느새 감자계란샌드위치가 뚝딱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서로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돈독해 보인다.
음식은 요리를 만든 사람이나 요리를 먹는 사람들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다. 
이날 요리시간은 서원노인복지관에서 마련한 나눔활동시간. 지난해에 이어 3번째로 열린 나눔활동은 어르신들이 배운 요리를 함께 나누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강승일(70) 씨는 “아이들이 할아버지들을 잘 받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약간 어수선해서 만드는 법이 좀 틀리긴 했어도 이런 게 재미죠. 나이를 먹으니까 아이들과 즐거운 기억을 간직하고 웃을 수 있어 흐뭇한 마음입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이번 나눔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서원노인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남자 요리교실인 “나 요리하는 남자야!”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남자어르신 요리교실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정진호(79) 씨는 요리를 배우면서 그동안 아내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서원노인복지관에서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독거)남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식생활개선 및 건강증진을 도모하고자 지난해부터 요리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요리프로그램은 80세 전후로 혼자 사는 어르신이거나 배우자가 몸이 좋지 않아 요리를 할 수 없는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의 : 063-227-7483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Mini interview - 정진호 반장
요리로 베풀 수 있는 마음 생겨

그동안 아내한테 대접만을 받았는데, 내가 직접 요리를 만들어 아내와 가족들에게 먹이니 마음이 뿌듯하죠. 손자들도 할아버지가 해준 요리를 먹어 보고 ‘우리 할아버지 멋쟁이’라고 해요.
우리 연령층이 독거노인이나 부부가 있어도 한쪽 건강이 안 좋아서 요리를 자연히 할 수 밖에 없는 나이가 됩니다. 항상 자녀한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곳에서는 실생활 요리를 배워요. 또 환자들을 위한 영양죽도 만들고, 손자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카레라이스도 만들었어요.
그동안에는 음식재료나 방법에 대해 무관심했는데, 요리를 배우면서 음식 맛내는 비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요리를 배우다 보니, 동작 하나 하나까지 신경 쓰고 주변을 더 깨끗하게 치우게 됐어요.
나이 들어 건강을 지키려면 건강한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게 됩니다. 나도 이 나이에 아내나 가족들에게 베풀 수 있어 요리가 아주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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