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토끼와 곰돌이, 동글동글한 풍선 묶음, 맛있는 떡과 쿠키, 귀여운 꽃다발 등 태어나 첫 생일을 받는 돌쟁이를 위한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보기에는 서양식 돌상이지만 그 안엔 우리나라 고유의 풍습이 다 들어있다. 이렇게 차려진 유러피안과 전통 돌잔치상은 파티 플래너 서영경(41, 부천 중동) 씨의 작품. 지난 10년 간 돋보이는 성실함과 신선한 아이템으로 파티 전문가 일을 해온 그녀를 지난 16일 만났다.
처음엔 부업, 현재는 직업
일주일의 첫 날 월요일, 돌쟁이 엄마들에게 돌상을 주문받는다. 화요일은 재료 구입. 수요일과 목요일은 돌상에 놓을 쿠키를 만든다. 금요일엔 준비물과 일정을 체크한다. 그리고 짜자잔~ 돌잔치 당일인 토요일. 행사장에 먼저 간 그녀는 정성을 다해 상을 차리고 고객을 맞는다. 이상은 서영경 씨의 일주일 시간표다. “풍선을 불고 배너와 현수막을 배치하고 잔칫상에 떡과 쿠키 등 음식을 올리고... 하는 일이 정말 많아요.” 싱그럽게 웃는 영경 씨. 그녀는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는 친동생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 유치원 교사 시절부터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했던 그녀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처음엔 부업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고객들의 입소문과 웨딩홀에 소속되면서 일이 많아졌죠. 지금은 전문적인 파티플래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티플래너는 행사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전문가다. 기획과 테마선정, 장식과 진행 등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영화처럼 토털 엔터테인먼트 작업을 해야 하는 섬세한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치원 교사 + 파티 플래너 20년
“한 가지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닙니다. 풍선, 꽃꽂이, 재봉, 쿠키 등 모두 할 줄 알면 더욱 좋아요.” 그녀가 몸담고 있는 이벤트 직종은 파티 플랜 하나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 최신 트렌드를 연구해서 상식을 넓혀두는 일, 다양한 분야의 기능을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 자기 직업의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유치원 교사 10년, 파티 플래너 10년 등 지난 20년은 그녀를 레벨 업 시키는데 유효했다. 유치원에서 배운 종이접기와 게시판 꾸미기가 파티 플래너로 돌상과 행사장을 준비하는 일에 도움을 준 것.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스펙을 쌓기 시작했고 많은 것을 배웠죠.” 영경 씨는 33세에 컴퓨터에 입문했다. 웹사이트에 사진 올리는 일과 홈피 꾸미는 일을 배워서 현재 하는 일의 밑바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풍선 아티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재봉과 쿠키 만들기, 꽃꽂이와 슈가 크래프트(설탕을 이용한 공예 작품) 등을 배워가며 자신만의 능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직업의 노하우는 진실과 정직
“제 직업은 멋진 일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요. 백조가 물 위에 고고하게 떠있는 것은 물 밑에서 발을 열심히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백조처럼 일하고 있어요.”
주문을 받고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는 영경 씨의 작업은 만만치 않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고 깨질 것이 많아서 다치기도 하는 등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한 후에는 보람이 찾아온다. 돌상을 차려준 아기의 동생이 돌쟁이가 됐을 때 다시 주문이 들어오고 자신이 차린 상차림에 고객들의 찬사가 이어질 때다. “저는 아이들을 좋아해요. 부모와의 약속을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구요. 덜렁대는 성격이었는데 일하면서 꼼꼼해졌어요.” 그녀는 현재 부천의 한 웨딩홀에 5년 간 소속돼 있다. 트러블이 생기면 곧 바로 아웃되는 그 쪽 분야의 생리를 거슬렀다고나 할까. 그만큼 자기 직업에 철저하다는 얘기다. 영경 씨의 좌우명은 ‘진실하고 정직하자.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을 아낌없이 주자’는 것. 그래서 정해진 계약에는 마음을 담은 ‘덤’이 추가된다. 앞으로 영경 씨는 전문 파티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파티문화를 생활화시킬 예정이다.
“친구 집에서 자는 파자마 파티, 이웃과 커피 마시는 티 파티, 특기음식 들고 모이는 파트럭(potluck) 파티 등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알리고 즐기고 싶어요. 할머니 될 때 까지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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