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터에서 만난 사람들

지역내일 2011-05-24

창고 안 애물단지가 남에겐 ‘보물단지’됐어요!!

 5월, 고양시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예년엔 5~9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던 푸른고양나눔장터가 올해는 고양꽃박람회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매주 일산동구와 서구, 덕양구에서 번갈아 진행하고 있기 때문. 회를 거듭하면서 푸른고양나눔장터는 단지 아나바다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흥겨운 축제 한 마당,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의 경제교육을 위해 나선 부모, 책상서랍을 뒤져 안 쓰는 학용품 몇 개로 좌판을 벌린 꼬마들,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작품을 들고 나온 대학생, 친구와 의기투합해 함께 물건을 모아 나온 주부들 등등. 나에겐 애물단지인 물건이 남에겐 보물단지가 되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덕양구 나눔장터에서 만난 이경희 씨 “직접 소품 만들어 파는 재미도 쏠쏠해요”
 지난 5월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덕양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푸른고양나눔장터. 황사주의보 때문에 한산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많은 참가자와 구경꾼들로 장터는 분주했다. 2년 전부터 나눔장터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경희 씨. 물건들을 팔고 다시 꺼내어 정리하는 일로 오늘 동행한 조카의 손까지 바쁘다. 돗자리 위에 아이 모자부터 작은 장난감까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런히 펼쳐놓은 이경희 씨. 상태가 양호한 물건도 500원~ 1000원에, 직접 만든 핸드폰 고리도 1000원~1500원에 판매한단다. 만든 공에 비하면 너무 착한(?) 가격이지만 이 씨는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재미가 쏠쏠해서 좋고, 아이는 한 푼 두 푼 용돈 모으는 맛에 나눔장터가 열리는 날을 기다린단다.“사용한 물건 중 깨끗한 것들을 다른 사람이 다시 활용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이 씨. 그는 나눔장터란 “아이들의 저금통에 동전을 쌓아주고, 마음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물건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주는 곳”이라며 다음 나눔장터에도 꼭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마두동 권영아 씨 “나눔도 실천하고, 아이에겐 경제교육이 되니 일석이조지요”
 정발초등학교 6학년 홍지원군은 조금 수줍어하면서도 손님들이 값을 물어보면 귀찮아하지 않고 잘 대답한다. 옆에선 사촌 여동생이 오빠의 장사하는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함께 온 엄마 권영아(43세, 마두2동)씨는 아들과 조카에게 장사를 맡겨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금 뒤 좌판에 돌아온 권씨는 “요즘 아이들은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경제관념도 없어요”라며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체험하게 해주려고 나왔다고 아이들 몰래 살짝 귀띔한다. 처음 맞닥뜨린 생소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다는 권 씨. 과보호하기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포스(?)가 느껴진다. “얼마 입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금방 커버려 못 입게 되는 옷들이 많아지니, 참 아깝잖아요. 또 집에서 별로 쓸 일이 없는데 버릴 수도 없고, 두자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도 많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팔면 서로가 좋은 일이죠.”그동안 나눔 장터를 구경만 하다가 오늘 처음 용기 내어 나오게 되었다는 그는 아들에게 경제교육도 시키고 나눔도 실천도 실천할 수 있어 앞으로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화동 김영지씨,“아토피 자녀 둔 엄마들 일부러 중고 옷 찾아요”
 "아토피 자녀를 둔 엄마들은 새 옷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위해 일부러 중고 옷을 찾는다"는 김영지 씨(43세, 대화동)는 나눔장터 마니아다. 벌써 4년째 일산지역 나눔장터에 참여하고 있는 김 씨는 대화동 학부모들과 동네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했다. "호주 살 때 집 차고 벼룩시장인 게러지 세일을 자주 했어요. 그때 경험 때문에 더 자주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5월 7일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일산서구청 나눔장터에 친구와 친구아들까지 함께 나온 그가 펼쳐놓은 물건은 옷 ,신발, 장난감, 지갑, 쇼핑 캐리어, 손 소독제에다 팬 플루트까지 다양했다. 자리를 편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거의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던 물건 중 가장 인기품목은 신사화 세 켤레. 지인에게 선물 받았지만 볼이 넓어 신을 수 없어 가지고 나온 신사화는 유명 메이커 새 제품으로 한 결레 당 2만5000원에 내놨는데 금방 임자를 만났단다. 지갑까지 열어 보이며 6만원밖에 없다는 할머니에게 모두 팔았다고. 함께 나온 친구의 아들 신효준 군(9세)도 꼬마손님들에게 “큐브는 500원인데, 더 깎아준다”며 제법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끌었다.

행신동 정윤아, 최문기, 최문경 양 “안 쓰는 핀, 300원에 팔았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모자, 삔(핀) 모두 1000원. 낱게(낱개) 삔과 팽이 100원, 동전지갑 300원”색종이에 연필로 삐뚤빼뚤 눌러 쓴 가격표시가 눈길을 끄는 좌판.“이제 집에 가려고요. 모두 1000원에 드려요.”남아있는 물건을 떨이(?)로 다 판매할 귀여운 속셈이 들여다보이는 꼬마 숙녀 삼인방, 행신동에서 왔다는 정윤아, 최문기, 최문경 양은 오늘 “꽤 많이 벌었다”고 자랑이다. 안 쓰는 수첩이며 핀, 작아진 신발이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최문기, 문경 양은 쌍둥이 자매. 오늘 동네 친구 정윤아 양을 따라 나왔는데 윤아는 자주 나눔장터에 나와서 아주 잘 판단다. 윤아와 문기, 문경이가 챙겨 나온 재활용품 외에 옆에 놓인 퀼트 가방이며 실내화는 윤아 이모가 만든 핸드메이드제품. 이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윤아는 이모의 작품도 척척 판매한다. 판매한 돈은 어디에 쓰느냐고 묻자 “그냥 모아둬요. 내가 번 돈(?)은 그냥 모아두는데요.”미래의 알뜰 주부감이다. 나눔장터에서 모은 돈이 5만원이나 된다는 윤아, 문기와 문경이도 윤아처럼 안 쓰는 물건이 있으면 깨끗하게 보관했다가 윤아처럼 잘 팔고 싶다고 웃는다.
이난숙, 정현주, 한은주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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