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옷 입으면 스트레스 풀려요”

슈퍼맨에서 죄수까지 개성 넘치는 체육대회 단체복

지역내일 2011-05-20 (수정 2011-05-24 오전 10:04:58)
중`고등학교의 체육대회가 다가오면 반마다 단체복을 정하느라 수선스럽다. ‘튀면서도 예쁜 반티’를 고르기 위한 각 반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요즘 학생들에게 반티는 반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개성을 드러내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체육대회 반티는 유관순옷 농부옷 유치원복 환자복 죄수복 등 아주 다양하다. 슈퍼맨 티셔츠와 빨간 망토, 일명 몸빼 바지와 밀짚모자, 찜질복과 수건 등을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티셔츠만 구입하는 경우는 디자인과 문구로 개성을 드러낸다.
우승을 기원하는 내용의 문구들도 재치가 넘친다.
‘우리 반 앞에서 객기 부리면 혼난다’ ‘우린 또 1등이야, 이젠 지겹다’ ‘어디 우리반을 이기려 들어’ ‘공부 빼곤 다 잘함 진짜루~’ ‘우승 참~ 쉽죠 잉~’ ‘천하무적 우리반’ ‘누나왔다 길터라’ ‘밟아줄까’ ‘옷값은 해야지’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문구들도 유행이다.
‘품절남’ ‘품절녀’ ‘곧미남(곧 미남이 될거다)’ ‘곧미녀(곧 미녀가 될 거다)’ ‘겁나 쉬운 남자’ ‘겁나 비싼 여자’ ‘멋진 오빠 번호 좀’ ‘이뿐 누나 번호 좀’
패러디한 디자인도 유행이다. 빅뱅을 패러디한 ‘BIGBAN’, 노스페이스 제품을 패러디한 ‘The GANZI FACE’, 허경영 동작을 패러디한 디자인도 있다.
무려 500가지도 넘는 반티 시안을 보유한 사이트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반티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톡톡 튀는 반티를 입으려는 이유에 대해 김다연(반석고1)양은 “교복만 입고 다녀야 되니까 이럴 때라도 튀는 옷으로 개성도 표현하고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비싼 비용 때문에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티셔츠만 맞출 경우 가장 저렴한 것이 6000원 정도이고, 세트로 살 경우 2만원까지도 한다.
학부모 최은미(서구 둔산동)씨는 “한번 입고 마는 반티를 비싼 돈 주고 맞추는 것은 낭비”라며 반티 제작을 반대했다.
반티 열풍에 대해 교사들도 우려한다. 반석고 김정훈 교사는 “반티 맞추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고르라고 조언할 뿐 어쩔 수 없이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개성보다는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반티를 고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유경(반석고1)양은 “중학교 때는 무조건 예쁘고 튀는 옷만 골랐는데, 고등학교에 와서 철이 드니까 나중에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고르게 된다”며 “야구복과 축구복을 고르는 반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고품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 반석고 1학년 9반의 경우, 유관순 복장을 선정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다른 학교에서 입은 옷을 재구매했다. 싸이월드를 통해 노은고 학생들이 체육대회 때 입은 유관순 복장을 구매한 것이다.
반티 전문 사이트에서 보통 1만5000원 정도 하는 유관순 복장을 중고로 1만원에 구입했다. 모자란 옷은 수선집에 부탁해 1만2000원을 주고 맞췄다. 반석고 1학년 9반 학생들은 알뜰 구매를 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되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수미(반석고 1) 양은 “만원정도 주고 되팔려고 한다”며 “그 정도 가격에 곧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양은 “ 학생들이 적은 돈으로 결속력도 높이고 개성도 표현하고 스트레스도 날려 보낼 수 있도록 반티의 재구매와 재판매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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