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 앉아 갓 볶아낸 원두의 향긋한 맛을 느끼고 싶은 계절이다. 카페지기의 커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철학이 묻어나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숨어있는 보석 같은 동네 카페를 가이드해 본다.
장인의 커피 맛을 맛보다 <최가 커피>
커피마니아와 바리스타가 즐겨 찾는 카페가 건대입구 부근의 <최가 커피>. 최씨 고집을 담아 질 좋은 커피를 자신 있게 손님에게 내놓겠다는 카페지기 최임원 대표의 장인 정신이 오롯이 묻어나는 곳이다. 23년간 신라호텔 식음료파트에서 근무한 호텔리어 출신의 최 대표는 90년대 초 원두커피 맛에 매료된 후 20년 넘게 커피 인생을 살고 있다.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현지의 질 좋은 커피농장에서 들여온 생두가 이 집 커피 맛의 비결. 최 대표는 매일 생두를 골라 직접 볶는다. 주문과 동시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있다. 커피 맛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그는 종이 필터 대신 직접 고안해 만든 천 필터를 사용한다. 손님의 기호에 따라 연한 맛, 중간 맛, 강한 맛을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또한 조금씩 물을 부어가며 손으로 내린 핸드드립부터 찬물로 10시간 동안 우려내 와인향이 나는 네덜란드식 더치 커피, 원두 추출기구인 사이폰을 이용한 사이폰 커피 등 다른 커피숍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던 커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메뉴판에는 맛과 원산지 별로 친절하게 구분해 놓아 손님의 기호대로 고를 수 있다.
20대 바리스타부터 외국인교수, 70대 노신사까지 단골손님이 많은 최가 커피는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깜짝 이벤트를 가끔 열어요. 사향고양이에서 추출한 커피루악은 한잔에 5만원이 넘는 고급 커피예요. 이걸 400분 한정으로 1만원씩 제공했어요. 난리가 났죠. 커피마니아였던 고객은 9잔을 마셨어요.” 최대표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최가 커피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바에 앉으면 바리스타들이 핸드드립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종류별로 원두 향을 맡아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호텔식의 맛좋은 와플과 생과일 주스, 구운 호박고구마 라떼 등 다른 메뉴들의 맛도 좋다.
위치 :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레인보우 안경점에서 좌회전 70m 부근
(02)465-7998 http://blog.naver.com/choibeans
카페에서 문화를 만나다 <커피 와글>
놀이터처럼 자유롭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08년 천호역 부근에 분을 연 <커피 와글>. 영화감독 이건동이 이 카페의 주인장이다. 커피 와글 자리는 창고로 쓰이던 공간이었다. 시나리오를 쓰며 항상 길을 오가던 이 대표는 볕이 잘 들고 조용한 이곳에 카페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평소 커피 애호가라 커피영화를 찍기 위해서 전국의 커피 고수를 만나며 쌓아온 노하우에 그전부터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제과제빵까지 따로 배워 놓았기에 카페 운영만큼은 자신 있었다. ‘산장처럼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인테리어 콘셉트. 카페 중앙에는 기다란 원목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처음 본 손님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리라는 카페지기의 의중이 깔려있다고. “평소 사람들끼리의 소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경주에서 어렵게 구해온 130년 된 미송으로 테이블을 짰지요. 실제 이곳에서 처음 만나 결혼한 커플도 나왔어요.” 스스로를 커피하우스 연출가라고 소개하는 이건동 대표는 카페에서 사진전과 메이크업쇼 등 공연과 전시 이벤트를 수시로 연다. 뜻이 맞는 단골손님들과 ‘매일 크리스마스’라는 밴드도 결성해 공연도 여러 번 했다. 4월23일 저녁 7시에는 연애시대 OST를 부른 보컬 진호씨를 초청해 함께 콘서트를 개최한다. 1만원만 내면 공연을 감상과 함께 커피와 슈크림 빵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문화이벤트 정보는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으며 브라질,과테말라,콜롬비아 등지의 질 좋은 생두로 매일 로스팅해 핸드드립 커피를 낸다.
위치 :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7번 출구로 나와 바로 보이는 브라운스톤 오피스텔 사잇길로 100m 직진.
(02)476-4775 http://blog.naver.com/coffeewaggle
동네 카페의 편안함을 맛보다 <창해>
잠실의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단지 부근에 위치한 <창해>는 작고 아담한 사랑방 같은 동네 카페다.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외진 곳에 있지만 늘 단골손님들로 북적인다. 국내 한대 밖에 없는 직화식 로스터기에서는 매일 생두를 소량씩 볶아 커피를 내리는데 적당히 쓴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카페 오너인 최창해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카페를 만들 만큼 자부심이 상당하다. “대학시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었어요. 졸업 후에는 원두와 커피기기 수입업체에서 수년간 근무했지요. 그래서 좋은 생두를 구할 수 있는 루트를 꽤 많이 알아요.”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 지금도 커피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커피에 대한 애정 만큼 손님에게도 최선의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연한맛, 진한맛 등 손님의 기호를 꼼꼼히 기억했다 커피를 낼 뿐 아니라 원산지별 원두맛의 특징까지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정성껏 볶은 신선한 커피맛과 친절함이 창해가 석촌호수 인근의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와플이나 쿠키 등 외부 음식을 가져와 먹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에스프레소 메뉴를 3천원에 서비스한다. 5월부터는 원두 로스팅과 블랜딩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커피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위치 : 지하철 2호선 신천역 3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직진. 잠실 레이크팰리스아파트 남문 길 건너 파리바게트 건물 뒤편.
(02)422-1161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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