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한의원
정영돈 원장
질병을 해석할 때 정신과 육체를 별개로 보지 않는 한의학에서 심신의학은 새로운 학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병이다.
울화가 치밀어 생기는 병으로 알려진 화병은 오행(목, 화, 토, 금, 수) 중 하나인 화, 즉 격렬한 감정이나 마음의 흥분이 장기에 쌓여 일어나는 병이다.
과거 명의들이 ″화는 원기의 적″이라고 표현했듯 화의 성격은 모든 것을 태우고 소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화가 간에 축적되면 간화, 마음에 쌓이면 심화라고 하여 간암, 간경화 그리고 각종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위로 치솟는 화의 성질 때문에 일반적으로 두통, 얼굴 달아오름, 목에 이물질 증상, 가슴 두근거림 등을 경험한다.
그동안 화병은 여성이 잘 걸리는 병이라 여기면서 아주 개인적인 성격 탓 또는 여성을 억압해온 문화 탓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근래 화병은 여성뿐 아니라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 우리 사회구성원 전반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병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동안 화병은 치료의 대상으로도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의학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병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를 접하면서 무엇보다 화병이 치료를 요하는 병임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화병의 증상으로는 불면, 피로, 우울함, 소화불량, 식욕부진, 호흡곤란, 빈맥, 전신동통 및 상복부에 덩어리가 있는 느낌 등이 지목된다. 화병은 여러 증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의 다른 과를 여기저기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화병클리닉을 찾고 있다.
특히 여성이 많은 것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를 쉽게 풀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마치 불 위의 냄비가 끓다가 결국 위로 넘쳐버리듯 화가 폭발해 화병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화병은 태어나면서부터 있는 것은 아니고 억울하고 동일한 감정스트레스를 장기적으로 받고 이를 풀지 못해, 나이가 들어 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시기에 불처럼 폭발하는 병이며 화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가족 내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화를 억제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 화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결국 화병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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