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예술과 기술을 논하다.

지역내일 2011-05-16



한의사
최호성 원장

예술과 기술의 범위와 개념을 규정짓는 것은 쉽지 않다
. 하지만 예술은 주관적인 창조성으로 기술은 객관적인 실용성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예술이 인간의 내면적·주관적 측면을 대변하면서 내적 상태를 외화하고 투사하도록 하며 정서와 감정,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직관 등의 표현이라면 기술은 인간의 외면적·객관적 측면을 대변하면서 외적인 조건들에 대처하여 실용적이고 효율적으로 삶의 방식과 편의를 위해 발전된다. 이러한 개념을 우리 삶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에 있어서 적용하여 생각해보자.
한의학은 동양철학인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을 근간으로 하여 전일(全一)적인 사고로 인간 또한 자연계를 다름없이 하나로 인식하여 인간의 생명력을 기운으로 파악하고 이를 조화하는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생명력을 파악하는 과정은 무형의 기운을 읽어내기 위해서 내면·주관을 읽는 직관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표현하는 것은 예술과 닮아 있다. 생명력은 매 순간 변화하고 창조되니 고정·객관화시키는 순간 살아있는 생명력을 놓치게 된다.
의료의 기술성은 진단에 있어서는 객관성을 치료에 있어서는 효용성으로 드러난다. 한방의료기관에서도 전통의 맥진만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한방진단기기를 사용하고 진단을 돕기 위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는 환자들의 신뢰와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치료의 기술 또한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의 기본 하에서 전통적인 침구방법 외에 무통침, 레이저침, 전기침, 무연뜸, 간접구 등의 치료기술들이 개발되고 한약 또한 제형이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예술과 기술의 규정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과 기술이 공존해야 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에 있어서도 예술성만 강조된다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며 기술성만 강조된다면 정신이 빠진 물질적인 관계가 우선되는 의료가 양산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의료 현실은 자본과 물질, 결과가 우선되는 사회에서 의료의 기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의료의 균형 있는 발전과 조화를 위해서는 예술성, 즉 의료의 가치관도 중시하는 우리의 여유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생명력을 느끼고 내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참된 건강을 찾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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