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원장
필자는 교통사고로 인해 턱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 후 골절부위가 어느 정도 아물기까지는 턱뼈를 고정시켜야 했기에 치아는 아치바로 단단히 고정시켜졌다.
이렇다보니 먹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먹는다고 해 봐야 치아 사이의 작은 틈새로 가느다란 빨대를 밀어 넣고는 숭늉이나 음료수를 빨아들이는 게 고작이었다. 3주가 흘러 아치바가 제거되는 날, 필자는 이제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웬걸. 입은 단 1mm도 벌어지질 않는 것이 아닌가. 여전히 먹는 건 고사하고 특수하게 고안된 기구를 이용하여 입을 억지로 벌려주는 물리치료를 꽤 오랜 시간 받아야만 했다. 입을 벌려 음식을 씹을 수 있기 까지는 또 몇 주간의 피나는 훈련이 필요했다.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의사인 필자는 적잖이 놀랐다. 고작해야 3주밖에 움직이지 않았을 뿐인데 그 사이에 멀쩡하던 턱 근육이 굳어버리는 것이라니. 쉼 없이 움직여야만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우리 몸의 정교감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자면 배설을 해야만 하고 그러자면 대장은 끊임없이 운동을 해야만 한다. 사실 대장은 쉼 없이 꿈틀댐으로써 똥을 직장 쪽으로 밀어내는 운동을 하는데 이를 연동운동이라고 한다. 연동운동은 대장을 이루고 있는 근육들이 쉼 없이 수축하고 이완함으로써 가능하다. 이와 같은 대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질 경우 변비가 초래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필자는 근육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그 기능이 상실될 수 있음을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렇다면 잠깐 생각해 보자. 가뜩이나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는 대장을 어떻게 해서든 운동시킬 생각은 않고 그때그때 약물을 주입한다면? 역시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겠는가.
대장 역시 마찬가지다. 상습적으로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 종국에는 대장의 운동능력이 상실되어 변비약은 물론 그 어떤 방법으로도 대장의 운동능력을 회복시킬 수 없는 것이고 이는 결국 난치성 변비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습관적으로 남의 힘을 빌릴 경우 사람이 약해지고 망가질 수 있듯이 대장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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