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醫를 만나다- 수의원 김남수 원장

지역내일 2011-05-10 (수정 2011-05-10 오후 2:04:43)

행복하려면 거리두기, 활용하기, 중심잡기를 잘 해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당. 그곳에는 질병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해당 전문분야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 이제 질병 치료와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당 명의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집자주 >


‘산다는 게 다 슬픈 거지’라는 생각이 줄곧 떠나지 않는다면, 영원히 내 품에만 있을 것 같던 아이들이 자란 후 알 수 없는 상실감에 허우적대고 있는 주부라면 꼭 한번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성남 수정구 수의원의 김남수(44) 원장이 그 주인공.
우리 몸이 감기를 앓듯, 마음이 감기에 걸리는 우울증도 치료를 통해 나을 수 있다고 말하는 김남수 원장의 마음 다스리기 비책이 시작된다.


정서적 문제 있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 만날 것
“부부문제나 고부갈등으로 고민하는 주부환자들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진료실에서 의사로써 건네는 조언보다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공감하고 환자를 이해하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먼저 하게 되더라구요.”
김남수 원장은 엄마와 아내, 며느리 등 자신과 같은 입장의 여자환자들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의사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신건강에 관심이 높은 시니어들이 우울증이나 치매 검사를 위해 혼자 방문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상담을 신청하는 10대 환자들도 종종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여성의 경우 평생에 걸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5퍼센트 정도 돼요. 하지만 치료받는 비율은 발병 환자의 절반 수준이죠.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빠르면 1~2주, 대개 2~3주 안에 좋아지기 시작해 한 달이나 두 달 안에 낫게 되고, 이후부터 몇 개월간 유지치료를 한다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김 원장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느껴진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동료 여의사들과 속 깊은 대화 … 선배 엄마들에게 자문 얻기도
이쯤에서 그에게 던져볼 수밖에 없는 질문 하나. 정신과 전문의인 당신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개원하고 처음 2년간은 운동을 거의 못했지만, 요즘은 헬스와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하면서 웬만한 스트레스는 다 해소하는 편이고,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땐 주변의 동료 여의사들과 속 깊은 얘길 나눠요. 특히 저보다 경험 많은 선배님들께 자문을 구해 도움을 받죠.”


그 역시 사람인지라 환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단다. 하지만 환자들의 상처깊은 얘기나 우울한 사연들은 퇴근할 때 병원에 다 두고 나오는 것이 그만의 스타일. 대신 여느 주부들처럼 ‘오늘 저녁 반찬거리는 뭘로 할까’ 하는 고민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의사와 주부의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하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은 필수다. 환자들에게 ‘주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조언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 역시 가까이에 든든한 지원군이 여럿 있다. 특히 딸이 다니는 서현중학교 엄마들 모임에 나가 정보를 많이 얻는단다. 싸고 신선한 과일을 살 수 있는 가게나, 새로 문을 연 맛집 등등 동네 아줌마들만이 공유하는 소소한 것들이다.


“초등생 자녀를 둔 주부라면 중학생 자녀를 둔 선배 엄마를, 중학생 자녀 엄마라면 고등학생 자녀를 둔 선배엄마들과 가까지 지내며 잘 사귀어보세요. 인생을 먼저 산 그들의 조언이 오히려 정신과 상담 그 이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진단내용, 약물처방까지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
김 원장은 행복한 가족관계를 위해선 서로간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거리두기, 활용하기, 중심잡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오히려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가까워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부부 사이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너무 의존적이지 않은 게 좋죠. 주변 사람과 물적 자원들도 충분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가치와 한계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중심잡기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환자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세심히 신경쓴다. 진단내용이나 약물 처방내역들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전문기관의 연락처까지 메모해준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추천에도 적극적이다.
“환자 한 사람 한사람의 스토리가 모두 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최근에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친 환자가 기억에 남네요. 산후우울증이 심해 이혼까지 생각했던 30대 주부환자였는데, 상담과 치료 후에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가정을 지킬 수 있었죠. 환자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다가 병원을 찾아와 회복이 되면 제게 너무 고마워하세요. 전 종교가 없지만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겠단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늘 행복합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다독 즐기는 김남수 원장은_
환자 진료가 없는 자투리시간이면 김남수 원장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다. 1남 2녀 중 맏딸로 태어난 김 원장은 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해 ‘문학소녀’로 불렸다. 인간 내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주로 소설을 읽으며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고. 정신과를 선택한 이유 역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란다. 
최근 그가 읽은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광팬으로 그의 작품은 거의 모두 읽었단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카스키와 ‘달과 6펜스’의 섬머셋모음도 좋아하는 작가로 꼽았다. 
경북대의대에서 노인정신학을 전공한 김남수 원장은 대구정신병원과 성남병원 진료부장을 거쳐 지난 2003년 7월 수의원을 개원했다. 현재 성남시여의사회 법조이사와 경기도여의사회 재무이사 등을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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