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5호 승무예능보유자

“부처님의 가르침 춤으로 전해요”

지역내일 2011-05-10
법우스님(64·현불사 주지스님)은 ‘춤추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제27호 승무이수자,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제50호 영산재 작법무(천수바라춤 법고춤 나비춤) 이수자,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5호 승무예능보유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또 우리문화예술원(대흥동)에서 승무·살풀이춤 등을 가르치며 제자까지 양성하고 있으니 스님에게 그 별칭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지난 2일 찾아간 우리문화예술원. 그 곳에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법우스님이 제자들에게 전통무용을 가르치고 있었다. 잡념에 춤 동작이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제자들의 손짓 몸짓 하나하나를 일일이 바로 잡아주는 모습이 여인의 손길처럼 섬세하다.
속세 사람들 대부분 스님이라면 ‘참선’ ‘수행’ ‘기도’라는 단어들을 떠올리게 마련.
스님이 전통무용을 가르치는 일은 흔치 않다. 선(禪)을 중시하는 조계종에선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법우스님은 “말이나 글 대신 춤을 매개체로 중생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또 흥을 나누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법우스님은 어린 시절 유난히 춤과 노래가 좋았단다. 한번 노래를 듣고 춤추는 것을 보면 그대로 따라할 정도로 재능도 있었다. 하지만 뼈대 있는 집안의 종갓집 며느리로 일찍이 혼자되신 어머니가 사당패가 된다며 반대하는 통에 대놓고 좋아하진 못했다.
17살 되던 해, 길을 걷다 들려오는 장구소리에 이끌리듯 국악원으로 들어갔다.
전통무용이 좋았던 그는 어머니 몰래 5년여 동안 춤을 배웠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머니의 읍소에 춤을 다시 그만 둬야 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스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온갖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금산사(김제)라는 절로 요양을 떠났다. 요양 한 지 1주일 여만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출가를 결정하고 머리를 깎았다.
그 후 1주일 뒤 절에선 큰 제(祭)가 있었다. 처음으로 범패(절에서 제를 올릴 때 쓰는 음악)와 바라춤을 접했다. 스님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춤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던 종단(宗團)에선 춤을 배운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외부 출입이 허락되는 소임을 맡았던 스님은 일을 마치면, 몰래 전주를 오가며 불교춤과 범패를 배웠다. 1987년 절(현불사)을 지어 대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부터 원하는 춤을 마음껏 추고 또 배웠다. 20여년 동안 1주일에 2~3번 서울을 오르내리며 태고종 송암스님에게 영산재를, 승무와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인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승무를 배웠다.
스님의 뛰어난 춤사위가 입소문을 나면서 논산 전주 청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춤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스님의 춤을 전수 받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스님은 “예술원의 문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다”면서 “승무를 비롯한 전통무용은 인내를 배우고 참 ‘나’를 찾아갈 수 있는 과정으로 현대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제자들과 매년 몇 차례씩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모아진 기금은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춤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법우스님.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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