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민준 점장

“변치 않는 16만원의 가치가 늘 나를 다듬어가죠~”

''엘트레'' 이마트수원점 민준 점장

지역내일 2011-03-26 (수정 2011-03-26 오후 3:23:16)

스물넷이었던 그때, 그는 ‘3년 안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서른 즈음엔 성공을 꿈꿨고, 그의 나이 서른하나에 엘트레 이마트수원점(031-207-1250)점장이 됐다. 지금 그의 나이 서른넷. 인생이 어찌 생각했던 대로 움직여질까 싶지만, 민준 점장에게는 마치 예언의 은사라도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머지않은 ‘마흔살’엔? 대답이라도 하듯 여전히 그의 가위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컷트, 웨이브 펌, 스트레이트 중 어떤 그림이 연출될지, 그 기대감 때문에 그의 가위손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Before&After인생=자포자기→승부근성을 발휘하다 
금방 돌아오겠거니 싶어 아버지는 민준 점장에게 3만원을 쥐어줬다. 그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미용을 배우러 서울로 가겠다는 아들에게 왕복차비 정도만 건넨 것이다. 친구가 선뜻 빌려준 10만원, 수중에 있던 3만원까지 더하니 총 16만원. 그는 16만원을 들고 무작정 전남 광양에서 서울로 입성했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산업디자인 전공에 졸업하면서 취직도 됐었죠. 그런데 뭔가 역동적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더라고요. 그때 우연히 TV에서 박준 원장의 헤어쇼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한번 완성해 놓으면 잘했든 못했든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첫눈에 반해 버린 거죠.” 기숙사가 있는 중대형 헤어숍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3년 안에 디자이너가 돼서 나가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책 없는 자신감도 비질을 며칠 하고 나니, 조금씩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도저히 남자가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싶은 게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런 그를 당시 원장이 잡아줬다. 곁눈질로 미용기술도 익히고, 이런저런 헤어 관련 세미나도 다니고, 자격증도 땄다. 3년 만에 박준 미장의 헤어디자이너로 입사했으니 꿈도 이루게 됐다. 그리고 3년 전, 엘트레 이마트수원점 점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를 두고 고향사람들은 ‘철없고 장난끼 많던 네가?’ 라는 반응을 보이며, 출세했다고, 고향의 자랑으로 치켜세워준다.
“그럴 만도 한 게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치면 쉽게 포기하고 돌아서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미용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묘한 승부근성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오늘을 있게 해준 ‘근성’에 새삼 놀랄 때가 있다는 민준 점장에게 헤어디자이너란 직업은 스스로를 재발견하게 만든 인생 최대의 승부처였다.   


Before&After 여성관=자기중심→여성의 마음을 읽다
남자헤어디자이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남다른 분위기,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민 점장은 그냥 평범한 ‘남자’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칭 타칭, ‘이런 일 안할 것 같은 사람’이다.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게다가 직설적이기까지...(웃음)오죽하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여성고객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겠어요.” 자신의 얼굴형은 고려하지 않고 책 속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고객에게 단호하게 ‘안됩니다’를 외쳤으니, 여성고객 여럿이 그에게서 상처를 입었으리라. 하지만, 전공에서 비롯된 컬러나 컷트의 섬세한 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 여성고객은 마치 맞춤정장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된다.
“정말 흥에 겨워서 작업에 빠져들 때가 있어요. 같은 매뉴얼이라도 두상, 머릿결에 따라 어떻게 힘 조절을 하고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최상의 창조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지거든요. 다양한 경험들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요.” 그래서 그를 아는 고객들은 ‘민준’이라는 두 글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민 점장은 ‘여성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한다. 쌍방향 네트워크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셈.
처음 비질을 하면서, 힘든 미용일을 감당해내면서,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존경심이 생겨났다. 한번은 TV속 고구려왕 주몽처럼 머리를 길러본 적도 있다. 유행처럼 번졌던 붙임머리도 해봤다. 어떤 점이 불편한지 직접 경험해보면서 이를 권유해줘야 할지 말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어서였다. 붙임머리는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아프더란다.
여친(여자친구)이 생긴다면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겠다는 리포터의 얘기에 그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물론이죠. 제가 머리를 직접 만져주고 싶은 걸요. 하지만, 퇴근시간이 열시가 넘으니 여자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어요.” 민 점장의 귀여운 고백이다.  
     


Before&After 경영=기본적인 서비스교육→고객중심의 보는 즐거움까지
자리가 자리인 만큼 민 점장의 어깨는 늘 묵직하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미용실이 고전하다가 떠났다는 걸 잘 알기에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찾아야 했다. 그의 말을 빌자면 ‘분명 보물이 숨겨져 있었는데’ 말이다. 기본적인 서비스교육이 안되어 있는 직원들을 보면서 갈등도 많았다. 내 가족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결정내린 순간, 헤어트렌드, 서비스교육 등 외부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환한 얼굴로 고객 맞이하기’는 지금도 늘 기본이 되는 서비스마인드다. 인간적으로 보듬고, 고민도 나누고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말도 더 조심스러워졌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이는 새로운 미용트렌드를 만들어가기 위한 밑바탕이기도 하다. 이쯤 되니, 그의 마흔 살 계획이 듣고 싶어졌다.
“사실 꿈은 다 이뤘다고 생각해요. 패션쇼 런칭쇼 등 콘셉트에 따라 헤어 스타일링을 하는 작업에도 참여해봤고, 헤어숍 운영도 해봤고..., 조금 더 욕심내자면 제 이름을 건 미용아카데미와 프랜차이즈 헤어숍을 3~4개 만드는 거죠.” 이미 이름도 지어놓았다. <페르시아 by 프린스>, <페르시아 by 프린세스>... 예를 들면 ‘프린스’는 스모킹 화장에 승마바지 등 쉬크한 스타일의 남자 헤어디자이너들로만 구성된 헤어숍이다. 보는 즐거움에, 1:1예약제 운영과 철저한 고객맞춤형 풀서비스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만약 못 이루면... 한 6개월 동안 세계 일주나 한번 해볼까요. 다른 좋은 아이템이 떠오를 수도 있잖아요.(웃음)” 모아놓은 돈, 아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도 없다.
16만원으로 시작했던 그때처럼 그에겐 변치 않는 도전, 희망의 힘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머리 잘 나왔네요.” 잘 다듬어진 머리처럼, 잘 말린 펌처럼 기분 좋은 이 한마디, 그의 인생의 가위손은 세월 속에서도 영원히 녹슬지 않는 비결을 가졌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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