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 독서이력철이 도입되고 서술·논술평 평가가 확대되는 등 교육 환경이 갈수록 ‘책 권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분위기에 떠밀려 독서를 강요하다 보니 책을 많이는 읽는데 제대로 읽지 않아 속앓이하는 부모들이 많다. 20년 이상 교육계에 몸담으며 독서와 논술을 지도해온 황인란 한우리열린교육 강동문화원장에게 책읽기 노하우를 들어 보았다.
황 원장에게는 가슴 속에 담아 둔 제자가 한 명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진이는 보청기를 끼고 독서지도를 받았다. 잘 들리지 않아 많이 힘들어 했지만 꾸준히 나왔다. 그림 그리기에 재주가 많은 진이가 4학년 때 <붉은 가슴 울새>란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을 보여주었다. ‘웃는 친구들을 보면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아 밖에 나가는 것도 싫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서 혼자 많이 울었다. 하지만 책에서 만난 붉은 가슴 울새가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귀가 안 들리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고. 내가 세상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고 있으면 소리 때문에 그림 그리는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귀를 조금 덜 들리게 한 것이라고. 그 대신 스케치를 잘 하는 손과 색깔을 잘 구별할 수 있는 눈을 준 것이라고.’ 진정성이 담긴 글은 감동을 주었고 학교 신문에도 실렸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원하던 예중에 진학하여 화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독서를 강요받은 아이들은 줄거리 요약만 하고 덮을 뿐 감동이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해요. 하지만 가슴으로 읽을 줄 알았던 진이는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고 자신의 꿈을 키웠죠.” 황 원장은 속독보다는 의미를 곱씹는 독서를 늘 강조한다.
Key 1. 책, 원할 때 언제나 읽어주자
과제로 내준 책을 읽어오지 않아 절절매는 아이들이 간혹 있어서 책 읽어 주는 시간을 따로 마련했더니 아이들은 듣기를 통해 상상하는 재미를 맛보았고 선생님이 읽어준 책은 꼭 다시 찾아 읽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라도 엄마가 끼고 앉아서 읽어주면 나중엔 스스로 읽게 되요. 또 음독은 집중력도 키워주지요.” 읽어주다 보면 함께 읽게 되고 결국 아이 혼자 새겨 읽게 된다는 것이 황 원장이 경험에서 배운 지론이다.
Key 2. 내 아이의 독서나이를 정확히 알자
상당수 엄마들은 아이 연령대 보다 어려운 책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 욕심이 반영된 ‘과시형 책읽기’는 아이에게 독이 된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책은 재미없기 때문에 도중에 그만 읽게 되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결국 책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객관적인 독서나이를 알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Key 3. 주변에 항상 책을 두자
집안 곳곳에 책을 두어서 아이가 틈날 때마다 읽을 수 있도록 독서 환경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아이 책만 놓을 것이 아니라 성인도서도 함께 비치하는 것이 요령. 엄마가 읽고 있는 책을 궁금해 하며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아이에게 주기 때문이다.
Key 4. 온가족 독서타임을 갖자
“맞벌이 가정의 남학생인데 중1때 컴퓨터 게임에 빠졌죠. 사춘기라 아무리 타일러도 공부는 뒷전이었어요. 고민하다 밤 11시부터 매주 2번씩 가족이 모여 책을 읽었어요. 1년 이상 꾸준히. 서서히 대화의 물꼬가 터졌고 게임중독도 고쳐졌지요. 이 아인 수시논술로 대학에 합격했어요.” 황 원장이 들려준 성공사례다. 아이에게만 책 읽으라 닦달할 것이 아니라 부모부터 책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의 독서량이 풍부해진다.
Key 5. 연계독서를 유도하자
책읽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넓고 깊게 독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궁금한 점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좋아하는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찾아 읽고 문학, 사회, 과학,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고르게 읽도록 유도한다. 즉 학습을 위한 독서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때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은데 한우리의 경우 2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과와 연계된 정교한 독서와 논술, 토론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수능 끝나면 곧바로 속성형 고액 논술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붕어빵식 논술답안이 이슈가 되지요. 하지만 결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어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치고 있는 고2 남학생이 있어요. 스펀지처럼 책 내용을 빨아들여 표현력, 사고력 전 영역이 탄탄하죠. 이런 아이가 앞으로 대입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다독’을 강요하는 데 ‘정독’은 되지 않는 우리의 독서 교육. 책읽기 능력이 자기주도학습의 기본이기 때문에 이제 내 아이의 독서 습관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도움말 : 한우리열린교육 강동문화원장 황인란
(02)476-3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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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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