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입니다
“사실 비번 날 쉬지 못하고 봉사현장으로 달려 가다보면 힘들고 피곤할 적이 많아요. 저를 비롯해서 봉사대원 모두들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봉사 후에 느끼는 기쁨과 보람이 더 크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동그란 바퀴로 쌩~하고 달려갑니다.”
고양시새마을교통봉사대 김춘성 씨는 코엑스 운수 소속 택시기사로 5년 째 장애인들의 차량지원 봉사를 하고 있다.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다면 오히려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김춘성 씨. 그는 애써 “봉사가 항상 즐겁고 보람 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솔직히 쉬고 싶을 때 차량지원 요청을 받을 때는 “내켜서 라기 보다 의무감으로 봉사 지원을 나갈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의무감으로 책임감으로 시작했던 봉사가 이젠 그의 일상 중의 하나가 됐다.
받는 것에 익숙했던 지난 날, 봉사를 하면서 그 고마움 깨달아
김춘성 씨는 8남매의 막내다. 그래서 부모님은 물론 형과 누나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나이를 먹어서도 그는 언제나 집안의 막내로 형들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형들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희생해가면서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형들의 지원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으니 애써서 뭘 이뤄보겠다는 마음도 덜했던 것 같단다. “아쉬울 것이 없었으니까, 자연 독립적이지 못하고 자립심이 없었지요.”
“어릴 때는 받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단단한 각오로 덤벼도 녹록하지 않은 사회생활, 말대로 자립심이 부족했던 그에게 세상살이가 쉽지 않았음을 슬쩍 내비친다. 직장생활을 접고 코엑스운수에 입사한 지는 5~6년 째, 새마을교통봉사대는 입사 초기 동료기사의 권유로 가입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에는 새마을교통봉사대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개인택시를 취득한다거나 할 때 좀 이점이 있다고 해 가입했어요” 너무 솔직하다보니 인터뷰가 점점 난항에 빠진다. 그럼 개인택시 때문에? “그것 때문이라면 아마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라는 대답에 안도하는 순간 “하지만 아주 작은 봉사가 과대 포장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봉사를 통해 그는 이전에 부모님과 형들에게 받은 것들이 참으로 고마운 것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고 산다고 했다. 가진 것 넉넉지 않지만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이고 보람임을 깨닫고 보니....자신에게 무한정 베풀었던 형제들의 사랑도 바로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좁은 택시 공간에서 배우는 인생사,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게 돼
택시를 몰다보면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어쩌면 가정 솔직한 모습으로 무장 해제된 모습을 보이는 곳이 택시 안, 다양한 인간사 희노애락을 풀어내는 곳도 그곳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승객들을 통해 배워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개인적인 아픔도 털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내가 참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요” 좁은 택시 공간에서 그가 배운 것은 “작은 것이라도 가진 것에 자족하고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란다.
지금은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소중한 일터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고맙다. 또 건강하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남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의 발이 되고 바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또 감사한 일이라는 김춘성 씨. “처음엔 봉사가 남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도 깨닫고요. 그래서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루 종일 택시를 몰고 새벽에 들어오는 것이 일과, 운전한 다음날 봉사를 하려면 잠이 부족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봉사도 중독인지 그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단다. “저야 시간 있을 때 자면 되지만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제 바퀴(?)가 없으면 병원에도 못가고 고통스럽게 지낸다고 생각하면 안 움직일 수가 없죠.” 그런 어려움 속에서 5년 동안 변함없이 열심히 봉사활동을 계속해 온 그는 지난 해 경기도지사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고양시새마을교통봉사대는 현재 20여 명의 대원이 A, B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일산홀트타운의 정기적인 장애우 차량지원, 또 요양원이나 병원 등의 요청을 받아 차량지원봉사를 주로 펼치지만 그 이외 고양시의 크고 작은 행사에 어김없이 새마을교통봉사대원들이 출동한다. 킨텍스 행사, 꽃박람회, 고양시 주최 스포츠 경기 행사 등의 교통정리에도 대원들이 나선다. 그러다보니 20여 명의 대원들로는 부족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봉사 외에 자주 봉사를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봉사대원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점점 더 줄고 있어요. 여유가 있어야 봉사할 마음도 생기는 법인데...요즘 택시가 어렵잖아요. 생계가 빠듯해서 마음도 팍팍한데, 봉사활동 같이 하자고 하면 안 되겠죠?”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김 씨. 동료들이 그렇듯 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은 도움일지라도 받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고 있기에 힘이 닿는 대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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