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사람들 _ 부명초등학교 양동준 교사
“아이들과 눈높이 맞추면 그 마음이 보여요”
동시 함께 외우고 책 수업 진행 … 시키기 보단 어른 솔선수범이 더 교육적
자식을 낳아 기른다지만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 일일까. 부모 된 입장에선 얘들 시험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녀교육이다. 소중한 자녀가 꿈과 가능성을 펼치며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 그런 부모의 심정을 담아 책과 시를 함께 읽으며 아이 곁에 서려는 이가 있다. 올해로 교육경력 15년 차에 접어든 부천시 부명초교 양동준 교사. 그에게 혹시 아이교육 노하우가 따로 있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애들 마음도 상처투성이
“얘들 앞에 선다는 것은 두려움예요. 나의 작은 실수 하나가 어떤 아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로 오래도록 남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늘 가르침은 조심스럽죠. 무심코 던진 어른들의 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아이들은 깊게 아파해요. 아이 교육 첫 번째는 말조심 같아요.”
양동준(41) 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5학년 2반 교실. 이곳에서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부모님칭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칭찬거리를 한 가지씩 정해 집에서 실천하고 느낀 점을 발표한다.
바쁜 아빠가 오랜 만에 함께 놀아줘 감동의 고맙다는 말을 전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던 아빠를 무안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했다는 등의 섭섭한 아이들의 사연들. 그래서 양 교사는 아무리 엄마 아빠가 바쁘더라도 아이 말에 귀담고, 인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감수성은 스펀지 같기 때문이다.
양 교사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아이들 보다 어른 중심이다. 아이 생각을 들어보려는 배려와 존중 그리고 기다림 보단 훈계와 지시가 더 앞선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말에 앞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힘을 갖도록 지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책 읽어주고 동시 함께 외우며 곁에 서고파
“5학년 2반에서는 정규수업 외에도 아이들이 책과 세상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죠. 어떤 친구들은 고학년인데도 책 읽기 수업에서 울기도 해요. 그럴 때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죠.”
양 교사는 아이들과 시를 함께 읽고 돌아가며 낭송을 한다. 좋은 시가 가슴을 울릴 쯤, 이번엔 대여섯 편의 시를 함께 외워본다. 그렇게 외운 시는 아이들 마음속에 남아 놀 때도 시 구절이 흘러나온다. 그 모습 자체로 기쁨을 선사하는 아이들. 그래서 양 교사는 늘 아이들이 고맙다.
양 교사는 애인 사이처럼 반 아이들과 처음 만난 기념일을 챙긴다. 만난 지 50일 되던 날에는 중앙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100일째 되는 토요일엔 문화체험을 떠났다. 떠난 길에서 만난 하찮은 풀꽃이며 나무들, 하얀 구름도 5학년 2반 친구들 서로처럼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부모님 말에 과연 아이들은 용기를 낼까요. 아니면 마음아파 할까요. 아이들이 모두 1등을 할 순 없어요. 다만 언젠가 돌아봤던 그 아름다운 자연처럼 자신도 늘 소중하고 하나뿐인 존재임을 잊지 않도록 자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시하기보다 먼저 실천하는 어른 되기
그렇게 교직생활을 해왔기 때문일까. 그는 부모나 교사 모두 뭔가 시키고 가르치는 존재 보다는 곁에 함께 할 뿐이란 생각에 늘 새삼스럽다. 그래서 학부모 상담 고민 중 자주 나오는 일기지도에서도 아이에게 쓰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엄마가 먼저 일기를 써 볼 것을 권한다.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쓰기 때문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5학년 2반 학생들은 매월 용돈에서 500원씩을 모은다. 저 멀리 가난한 나라 르완다의 꼬마 친구에게 보내기 위해서다. 어른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아이들은 그 속에서 더 많은 지혜를 배운다. 르완다처럼 가난한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는지 신속하게 찾아내는 식으로 말이다.
“미래 사회의 중요 코드는 학력이 아니라, 학습능력과 바른 인성이 아닐까요. 고학년인데도 어떻게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보기보다 많아요. 적어도 어린이 교육에서만큼은 기본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것만큼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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