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큰 슈퍼 간판 위에 있는 ‘과일?채소 일체’ 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또한 가전제품 대리점 앞에서도 ‘혼수 용품 일체’라는 문구를 흔히 보게 된다. 과일과 채소를 종류별로 대부분 갖추어 놓았고, 혼수 용품들도 다 갖추어 놓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간혹 ‘일체’라고 써야 하는데 ‘일절’이라고 씌여 있는 경우도 발견하게 된다. ‘안주 일절’, ‘문구일절’ 등으로 말이다. 그러한 간판이 있는 곳에 가면 안주없이 깡소주(?)만 마셔야 되고, 문구류를 팔지 않는 문구점이 되는 것이다.
‘일체와 일절’ 둘 다 한자로는 ''一切''이다. 한자가 같다 보니 종종 헷갈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뜻과 쓰임이 달라진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 다’를 뜻하는 명사다. 위의 예처럼 ‘과일 일체, 안주 일체’ 와 같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음을 나타내며,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체 우리가 부담하겠다”, “그에게서 일체의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와 같은 경우에 사용한다.
반면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 쓰는 부사다. ‘불법 선거 일절 금지, 음식물 반입 일절 금지’와 같이 전혀 허락하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다소 헷갈리기도 하겠지만 ‘일절’과 ‘일체’를 구분할 때 부정적인 면으로 사용되면 ‘일절’을 써야 한다고 기억하면 된다. 또 ‘일체’는 조사가 붙을 수 있지만 ‘일절’은 부사이기 때문에 조사를 붙일 수 없다는 것도 하나의 구별 방법이 된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기계적으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부정문으로 쓰였지만 “일체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와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는 둘 다 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모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뜻일 때는 ‘일체’를, ‘조미료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때는 ‘일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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