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최호성 원장
생명력을 만나는 것이 소명이요 업이다 보니 이제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생명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들어와 자리에 앉아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이 사람의 삶과 희노애락이 그대로 전해지니 돗자리에 앉아 진료를 할까도 생각해본다(^^). 건강도 불건강도 이미 그 사람의 생명력과 그 표현 속에 다 들어 있으니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은 아프면 찾는 곳,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 본연의 목적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로 개인의 생명력이 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질병은 현재의 상태를 의미하며 그것은 본래 없었던 것이므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상태가 어떠한 원인에서 비롯되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었느냐에 따라 치료의 방향과 기간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병은 원래 없었던 것이며 생명력 오작동의 상태”라는 것이다. 생명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니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생명력이 순환하고 간직된다면 병은 생길 수 없으므로 그 생명력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명력을 보지 못하고 병을 쫓게 되면 질병의 본질과 실체를 정확히 통찰하지 못하니 그 근본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의 만남은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유무형의 생명력이 서로 만나 상호 교감하여 온전히 생명력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법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물질로 그 가치를 환산하기 어렵다. 학회의 스승님이 미국의 여배우 기네스펠트로우를 만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남방생열[南方生熱] 기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부터 활발한 기상(氣象)이 발생된다고 하여 정상적인 화기(火氣)의 염상(炎上)을 말한다”라는 생명력의 표현으로 감동의 눈물과 정신의 치유를 도울 수 있었던 것 또한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 생명력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치료는 생명력을 알아가고 나의 본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의사는 환자를 통해, 환자는 의사를 통해 서로 교감하며 생명력을 배우고 나를 찾아간다. 말 그대로 상대가 스승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력의 조우에 꼭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상호 신뢰[라뽀. rapport]일 것이다. 그 신뢰가 건강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바탕이 된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병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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