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남호탁 원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는데, 곱씹어 보면 여간 재밌는 게 아닙니다. 남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한 대목에 저는 유독 눈길이 오래 머뭅니다. 그러고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남의 횡재는 나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는 반면, 이웃이나 지인의 횡재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소개해 드린 속담 중 ‘배가 아프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심사가 편치 않다’라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사촌이 땅을 살 경우 진짜 배가 아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개해 드린 속담이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의학적 진실을 내포한 속담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자리에서는 다소 과식했다 할지라도 거뜬히 소화되는 반면, 불쾌한 자리에서 식사할 경우에는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영 개운치가 않은 걸 경험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스트레스나 분노, 시기심과 같은 불쾌한 감정이 장의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입증해주는 논문이나 보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험 중 이런 게 있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날카로운 바늘로 뒷다리를 찔린 쥐는 결국 위출혈이나 장출혈로 죽게 된다는 실험입니다. 바늘에 찔린 다리가 곪아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를까, 뜬금없이 장에서 웬 출혈? 위나 장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인자가 다름 아닌 스트레스임을 입증해주는 실험이 아니겠는지요.
의사와 과학자들이 장의 움직임이 주로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밝혀낸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자율신경계는 사람의 감정 상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로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장운동은 사람의 의지나 이성보다는 슬픔, 기쁨, 분노, 시기심, 경쟁심과 같은 감정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먼 옛날, 우리네 선조들은 이런 엄청난 의학지식을 어떻게 습득하게 된 것인지 놀랍지 않습니까. 새삼 선조들의 혜안에 머리가 수그려집니다.
선조들께서 들려주는 속담을 깊이 음미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느 정도 변비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변비치료가 왜 어려운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