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공신을 찾아서 - 한유빈(낙생고 1학년)

지역내일 2011-04-30 (수정 2011-04-30 오후 9:37:19)

‘궁즉통’, 나만의 자기주도학습 비법입니다




낙생고등학교 1학년 한유빈 양은 스스로 터득한 노트필기법으로 중학교 내내 꾸준히 전교 10등 이내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형 공신이다. 중학교 때까지 사교육의 도움없이 스스로 공부한 한 양은 고교 진학 후 제1회 경기도창의서술형평가에서 전교 5등을 차지했다. 장차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한 양을 만나 자기주도 공부 비법과 앞으로의 공부계획을 들어보았다.


중1부터 쓴 노트 모두 보관, 나만의 참고서로 활용
한 양의 책꽂이에는 노트가 빼곡하다. 중학교 때부터 작성해온 학습노트들이다. 한 권도 버리지 않고 모아 온 노트들은 어떤 교재보다도 좋은 참고서라고.
“제가 직접 공들여 만든 노트라 그런지 버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이 노트들에는 제 공부의 과정과 역사가 그대로 담겨져 있으니까요. 이렇게 노트를 정리하다보니 나름 지식의 체계도 잡히는 것 같아요.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노트를 펼쳐보는데 지금 공부에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참고서도 자신이 직접 이해하고 정리한 노트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초중고 내용이 반복 심화되는 나선형구조임을 감안하면 한 양의 공부법은 가장 이상적인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을 오래 기억하고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 보기에 화려하고 좋은 노트는 아니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참고서이고 제겐 가장 귀한 보물이랍니다. 노트를 들여다보면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과 그 수업시간 순간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교과서 무조건 베끼기 보다는 자신의 언어로 바꿔 정리
노트필기법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한 양이 제시한 첫 번째 비법은 ‘내 말로 바꿔서 정리’하는 것이다. 즉 교과서와 참고서와 문제집 등 부교재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노트에 베끼지 않고 개념이나 이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이해한 후 자신의 말로 노트에 정리한다는 것.
“노트를 정리하다보면 책 속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들고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스스로 설명하고 그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바꾸어 노트에 요약하는 것이었어요. 이 방법은 특히 시험에서 심화문제나 서술형문제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덕분에 한 양은 어떤 지식이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설명하는데 능통하다. 수업 중 발표나 친구들이 질문을 받았을 때 쉽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 지식은 설명을 통해 정확해지고 체계적으로 기억된다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 같다고 한 양은 말한다.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과학이나 사회 같은 과목을 토론형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서로 질문하고 설명하면서 생각을 나누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아요.”


오답노트 기록을 최소화 실천률 높여
대부분의 학생들은 틀린 문제를 적어 관리하는 오답노트가 있다. 물론 한 양도 오답노트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
“오답노트를 작성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면 오답노트로서의 의미가 없어요. 때문에 시간을 최소화해야 실천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학의 경우는 특성상 노트에 문제를 그대로 옮기지만 그 외 과목들은 문제를 그대로 적는 것은 피하고 문제 속에 있는 내용 중에 모르는 내용만 정리하고 있어요. 요약식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제가 모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욱 확실해 지기 때문이죠.”
한 양이 자신만의 필기법으로 오답노트를 쓰게 된 것은 수학문제를 풀면서다. 틀린 문제를 노트에 적고 다시 풀어봤음에도 같은 유형의 문제를 또 틀리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오답을 무조건 적는다고 해서 안다고 착각했던 것이 오류였다고.
“모르는 문제를 노트에 적고 선생님께 여쭤보면 이해가 되요. 그 순간 이 문제를 안다고 착각하게 되는데 결국 같은 문제가 나오면 또 틀리더라구요. 늘 같은 상황이 반복됐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답노트에 적는 문제를 줄이자는 것이었어요. 무조건 오답노트에 적기 보다는 모르는 문제도 혼자서 끙끙거리며 끝까지 풀었어요. 이 과정을 거치면 같은 문제 유형은 다음에 절대로 안 틀리고 오답노트도 그 만큼 간결해지니까요.”


살아남기 위해 했던 공부, 중등이후 성적으로 나타나
궁하면 통하는 법. 한 양의 자기주도학습 비법은 바로 궁해서 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6학년 때까지 변변한 영어학원을 다니지도 수학 선행학습을 한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아빠가 교환 교수로 가시는 바람에 4학년 때 1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했어요. 당시 저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였거든요. 현지학교를 다녀야 하니 제 영어는 정말 살아남기 겨우 말 만 할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러니 공부체계가 잡혀있을 리 없죠.”
6학년 때 다시 한국에 왔을 때도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 선행학습까지 하고 있는 아이들에 비해 수학이나 과학 사회 등 여러 과목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에 적기 시작했어요. 이매중학교에 진학해 첫 중간고사를 봤는데 글쎄 전교 10등을 한 거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의사집안 외동딸…자연스럽게 의대진학 꿈꿔
한 양의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의사다. 특히 외할아버지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인물. 이런 환경에서 한 양은 자연스럽게 의사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모이면 늘 의학에 관한 내용이 화두였어요. 늘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의사가 되어야 하나보다 생각했고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셨죠. 다행히 과학이나 수학을 좋아했지만 한때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의대가 제 진로라는 확신이 들어요.”
나이에 비해 조숙한 한 양은 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자신이 끌리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어느 길을 가야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미술이나 건축에도 무척 관심이 많아요. 참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걱정이죠. 하지만 지금은 공부에 매진해야겠죠. 인문이나 예술에도 능통하고 향유할 수 있는 멋진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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