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나물 무침이 참 맛있네요. 많이 드시고 모자라면 더 드세요”
앞치마를 두르고 노인들에게 식판을 챙겨주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한국노인사랑운동본부 양태창(48) 본부장이 인사말을 건네자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밝은 얼굴로 답한다. 반찬은 김 미역국 머위나물 열무김치 배추물김치. 소박하지만 밥상을 받아든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동구 용운동 한국노인사랑운동본부 내 무료급식소 풍경이다. 이렇게 하루에 점심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은 평균 70여명.
양 본부장은 18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비용은 모두 본인이 부담한다. 쉬지 않고 노인복지에 매달리는 양 본부장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
20대 후반 그는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5년 동안 노인들을 돌보면서 노인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식한테 버림받거나 학대당하는 노인, 돈이 없어 끼니조차 거르는 노인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노인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양 본부장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1993년 ‘한국노인사랑운동본부’를 설립했다.
퇴직금 150만원으로 무료급식소를 시작했다. 처음엔 장소가 좁아 대전역에서 무료급식 판을 벌였다. 그 후 동구 원동 동중학교 근처로 급식소를 옮겼고, 그곳에서 14년간 노인들의 점심식사를 챙겼다. 하루에 400여명의 노인들이 찾았다. 부식비가 늘 부족해 형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쌀을 훔치기도 했다. 사무실 운영비가 없어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재료비 마련을 위해 막노동, 식당배달, 둥굴레차 외판 등 돈이 될 만한 일은 무엇이든 했다.
그래도 밥을 굶는 노인들이 배불리 식사를 하고 웃는 얼굴로 급식소를 나갈 때 양 본부장은 가장 행복했다.
무료급식소 외에도 한글학교를 개설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또 경로대학을 노인대학으로 명칭 변경, 무의탁 노인 연탄 나눠 주기, 무료한방진료, 노인장기요양보험 마련 촉구, 심리상담 등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앞장섰다.
양 본부장은 노인들에게는 천사라는 칭찬을 듣지만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결혼도 늦깎이로 했다. 맞선도 여러 번 봤지만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말에 여성들은 뒤도 안보고 돌아섰다. 이러한 그를 대학 동창인 지금의 아내가 구제해 줬다. 한의사인 아내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고 물주다. 그런 아내가 한없이 고맙다.
자원봉사자들도 식당 봉사로, 노래와 사물놀이 강사로 양 본부장을 돕는다.
노래강사 황의옥씨는 “양 본부장이 도와달라는 말을 잘 안하지만 어르신들을 정성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무료급식소를 동구 용운동으로 옮겼다.
새 보금자리는 아내의 도움과 지난해 그가 유림경로대상에서 받은 상금으로 마련했다. 그는 이전하면서 후원금 모금을 위한 천사(1004)제도도 만들었다.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을 주고 싶어서다.
양 본부장은 “소중한 후원금은 전액 무료급식과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전 시민들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나눔에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의 : 042)623-7822
김진숙 리포터 ksj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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