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슈- 이기대입구~동생말 도로 확장 공사 논란
이기대 신석기 유적지 ‘훼손’ 우려
부산남구청, 문화재 보호 지침 무시하고 공사 강행해 물의
부산 남구청이 신석기 유물출토지역인 이기대 공원에서 사전 조사 없이 이기대입구~동생말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해 환경 파괴에 이어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남구청이 용호동 이기대공원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된 사실을 모른 채 도로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환경파괴와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남구청의 이기대입구~동생말 도로 확장 공사 구간에 신석기 유물이 다수 출토된 용호동 유적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남구청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아무런 사전 조사나 법적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유적 일대를 파헤쳐 고고학계와 환경단체에서 공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일자 남구청은 신석기 유물출토지역인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에서 문화재시굴조사를 한 뒤 동생말~이기대입구 구간 도로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4월 22일 밝혔다.
이번 공사는 길이 620m 너비 3~5m 구간의 비포장길을 너비 8m로 확장하는 사업을 총사업비 20억 원을 들여 지난 1월부터 진행돼 왔다.
부산 남구청, 정부의 문화재보호 지침 무시하고 공사 강행
남구청의 이기대공원 도로공사 중지는 신석기 유적지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는 고고학계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이 지역은 지난 1982년 소로공사중 간돌도끼와 돌끌, 숫돌 등 신석기 전기로 추정되는 유물 7점이 나왔던 신석기 유적지로 당시 부산박물관은 이 유적지가 전방은 광안리 바다가 펼쳐져 있고 이기대공원 내 해발 129m 동산의 서북 사면에 입지한 점으로 미뤄 신석기시대 제례유적이거나 분묘 유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부산시는 2억1000 여 만원을 들여 부산시의 문화재 분포 현황을 담은 ‘문화유적분포지도 부산광역시’를 제작, 일선 구 군청에 배포하면서 개발 시 정확한 유적 성격 규명을 위해 정밀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고고학계에선 이 문화재분포지도는 정부의 문화재보호 지침에 의해 나온 것으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준하는 규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구청이 이런 절차도 없이 확장공사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복천박물관 하인수 관장은 “이기대공원 일대는 바닷가여서 패총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지역인데도 부산 남구청이 유적지에 대한 문화재 관련 기관과 의논, 사전 조사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문화재분포지도는 구청 건축과에서 공사 전 반드시 읽고 검토해 봐야 할 필독서다”고 지적했다.
한국고고학회장인 신경철 부산대 교수도 “문화재분포지도상 유적지에 대해 사전 조사 없이 구청이 공사에 나선 것은 위법 행위다. 공사를 중단하고 정확한 유물 발굴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구청, “문화재시굴조사 후 공사 하겠다” Vs 지역민, “도로 공사 중지하고 복원해야”
부산시와 남구청은 21일 뒤늦게 현장을 방문, 도로공사 구간 일부가 유적지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문화재시굴조사를 한 뒤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2009년 도시계획도로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예정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문화재지표조사를 한 지역이기 때문에 공사중 문화재로 의심되는 유물이 발견되면 신고하라는 부산시 공문을 받고 절차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며 “신석기유물이 출토된 지역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됐다. 용호동 유적지의 정확한 유적 성격 규명과 조사작업을 위한 발굴 전문기관을 다음 주까지 선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도로공사과정에서 유적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에 대해 남구청은 공사 발주가 되지 않은 2, 3차 구간이 유적지에 포함됐으며 도로확장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역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4월 2일부터 ‘도로 공사 즉각 중지와 친환경적 복원’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기대~동생말 도로 확장공사는 동생말에 신축중인 이기대휴게소 진입로와 공원 입구를 이어주는 기존 산책로를 넓히는 공사로 이기대 명물인 해송이 대거 잘려나가는 등 환경파괴와 사설 휴게소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특혜성 공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천혜의 이기대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휴게소의 시공사인 동남개발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어 도로 확장을 둘러싼 특혜의혹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산녹색연합 심미숙 상임대표는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서명운동을 하게 됐다. 주민의견을 수렴해 남구청과 남구의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이기대 개발과 관련한 주민공청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