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분당의 선택- 내가 만나 본 후보는 이런 사람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를 앞둔 강재섭·손학규 두 후보는 밤낮 없이 다니며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분당 곳곳을 누빈다. 이번 분당을 선거가 거물급 정치인들의 맞대결이다 보니 대체로 분당 주민들은 “정치 스타를 우리 동네에서 직접 만난다는 것이 신선하다”는 반응. 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 악수하고 대화를 나눈 지역 유권자의 소감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선거사무실 주변 사람들과 인근 상인들, 사무실 건물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후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 등에게 ‘내가 직접 만나 본 후보는 어떤 사람’인지를.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데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영 미안했지만 동떨어진 선거, 이렇게라도 가까이서 전해보자는 게 취지다. 후보들을 직접 만나본 분당 사람들의 소감을 통해 분당 유권자의 표심을 가늠해본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
“동네 이웃들에겐 인심을 많이 얻은 편이죠”
초박빙 승부속에 어느 누구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후보자에 대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인물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 구미동에 거주하며 15년 분당 토박이론을 강조하는 강재섭 후보. 그를 만나본 사람들과 주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웃주민 이희연(39·구미동) 씨의 말을 들어보자. “몇 년 전에 주최는 누군지 정확하지 않지만 동네 공원에서 주민음악회가 있을 때 처음 뵈었죠. 동네 주민간의 단합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 때문에 그 때 참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요즘도 동네에서 뵈면 어른들께 깍듯하시고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도 예뻐해 주시곤 해요. 사실 이웃들에겐 인심을 많이 사신편이죠.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부쩍 얼굴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또 다른 이웃 김 모(50·구미동)씨는 “반장으로 있다 보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인상이었어요. 같은 동네 주민이고 워낙 분당을 잘 아시는 분이라 우리 동네에서는 인기가 많은 편이죠. 지금 사시는 집도 처음부터 분양을 받아 들어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정치 쪽에 관록이 있고 당이 당이니 만큼 그 분을 뽑겠다는 주민들을 많이 봤어요”라며 이웃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강 후보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주민들도 많았다. “강 후보가 이 동네 사신다고요?”하며 반문하기도 했다. 지역주민 이 모씨는(40·남·구미동)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정말 고민이 된다”며 만약 강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자랑스러운 면은 일을 것 같다”는 솔직한 심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동요 불러줘 경직된 분위기에 생기 불어넣어
큰일을 하려면 주변부터 돌아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강 후보의 선거캠프가 있는 건물에 가 보았다. 기자들의 발걸음이 보이고 건물 외벽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긴 했지만 요란한 선거판에 비해 선거캠프는 굉장히 조용했다. 3,4,5층의 한 곳 씩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3층의 사무실은 외부 접견실이라 약간 북적북적한 편이었지만 4,5층의 사무실은 아주 차분했다. 유리 벽면에 붙어있는 벽보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선거캠프가 맞는지 구분이 안 갔을 정도.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약손명가의 홍현희 원장은 “새벽 2시까지 회의도 하시고 열심히 하시던데, 정말 조용하게 움직이시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박계동씨가 그 사무실을 쓰실 때는 같은 건물 쓰는 사람들부터 인사하고 표밭을 다지셨는데 강 후보는 한 번도 못 뵈었어요”라며 “전국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지만 별 불편한 점은 없어요. 손님들이 선거 때문에 주차하기 힘들다는 말은 하시더라고요”하며 웃는다. 이 건물의 다른 업주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같은 건물이라서 불편한 점은 잘 모르겠고, 아마 우리가 이 지역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시지 않으시는 듯해요. 사실 손님들에게 방해도 되고요”
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도 “최대한 같은 건물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파란 점퍼를 입고 조용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강 후보와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는 최 모씨(42·남·정자동)는 “예전에는 인사를 안 하셨는데, 분당 보궐 선거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그날부터 인사를 하시더라고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는 또 다른 최 모씨(39·남·정자동)는 “60이 넘으신 나이인데도 운동하는 모습을 가끔 보면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가지신 것 같아요. 그 힘든 유세를 다니시려면 체력이 기본이겠죠”라고 말했다.
또 구미동 가나안교회의 신도 이 모씨(38·구미동)는 “새벽에 함께 예배를 드려 분위기가 살짝 들떴지만 마음은 뿌듯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자주 교회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 리포터가 만나본 강재섭 후보는!
강 후보는 예의바른 이미지였지만 수많은 취재진 때문인지 약간은 경직되고 조금 지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새벽부터 이뤄진 강행군 탓이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할 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고 노래를 불러주며 경직된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너희들 오늘 텔레비전에 나올 거야”하는 모습에선 손주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민생 현안을 귀담아 들으며 잠깐 잠깐 생각에 잠겼으며 조목조목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리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
TV로 보던 정치스타, 우리랑 똑같네~
지난 19일 오전 손학규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차려진 분당 정자동 폴라리스Ⅱ 주변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조용했다. 정문 입구와 엘리베이터 앞에 간간히 붙어있는 선거사무실 방문객 안내문 외에는 선거판의 활기를 찾을 수 없어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한 순간. 안내문의 한 글귀가 눈길을 잡는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조용~ 조용~, 당선을 위해 더욱 더 조용~ 조용~’ 까치발이라도 들어 사뿐히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연인즉슨 학원이 밀집해있는 건물 특성상 학생과 학부모들의 출입이 잦다 보니 소음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1층 안내실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은 “선거 사무실 오픈 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면서 “하루에도 수 백 명씩 들고 나는 사람이 많아져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입주민의 보안이나 안전문제 등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캠프 건물 미화원에게 ‘일이 많아 어쩌냐’ 묻기도
손학규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있는 2층에는 한우전문점과 미장원 등 일반 상가들이 영업 중인 상황이어서 자칫 선거사무실로 인해 주변 상가 영업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모습. 상가 1층의 한 부동산사무실 관계자는 “며칠 전 손학규 후보를 상가 근처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TV에서 볼 때보다 키가 좀 작은 것 같더라”면서 “평소 손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긴 했지만 직접 만나 악수도 하고 인사를 나누고 보니 마음이 더 쏠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물 2층 청소를 맡고 있는 이완숙(57·분당구 분당동)씨는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손 후보의 열성 지지자다.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선거사무실이 후보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제일 먼저 청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일이 많아 어쩌냐’고 걱정해줬다”면서 “본인이 제일 힘들텐데 진심이 느껴져 정말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40대 자영업자는 “건물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아 어수선하긴 하지만 이번 선거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로 느껴진다”면서 “2층에 손학규 선거사무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고 후보를 직접 만나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은 누구를 뽑아주든 결국엔 하나같이 국민들에게 실망과 상처만 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문화센터 노래교실서 ‘비목’ 불러 앙코르 받기도
문화센터 노래교실에서 손 후보를 만났다는 권영미(47·분당구 정자3동) 주부는 “손 후보의 노래실력이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의 노래를 다 들은 후 ‘비목’을 불렀는데 앙코르가 나올 정도였다”면서 “헤어질 땐 확실히 더 친근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실 인근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유권자 손미자(69·분당구 구미동) 씨는 “지난 금요일 철야예배에 갔다가 손학규 후보 부부를 만났다”면서 “부부가 교회에 나와 나란히 기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찍어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반면 함께 온 임미임(72·분당구 구미동) 씨는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뭐가 있느냐”면서 “뽑아주기만 하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다가, 막상 그 자리 가면 다 똑같은 도둑놈이 되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손학규 후보가 살고 있는 분당구 정자동 정든마을 아파트 주변 민심도 손 후보에게 그리 호의적이진 않았다.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라는 반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듯 보였다.
손 후보와 같은 아파트 한 라인에 살고 있다는 50대 주부는 “선거만을 위해 잠깐 이사 온 사람을 어떻게 분당 주민으로 인정할 수 있냐”면서 “단 1년이라도 의무 거주기간을 두어서 지역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근무를 하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새벽마다 손 후보를 만난다는 70대 아파트 경비원은 손 후보에 대해 묻자 ‘체력이 강한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스름한 새벽 4~5시에 나갔다가 다음날 새벽 1~2시나 돼서야 집에 들어오는 것 같더라”면서 “하루 종일 나갔다 들어오면 피곤하고 지쳤을 법 한데도 아파트 현관에 들어설 때 마다 한결같이 웃는 낯으로 인사하는 걸 보면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신영·홍정아 리포터
■ 리포터가 만나본 손학규 후보는!
우선 손이 따뜻했다. 하루 동행취재를 마치고 나니 “따라다니느라 오늘 고생 많았다”며 특유의 정감 있는 인사를 건넨다. TV방송과의 인터뷰를 앞두고는 사람들과 거리를 둔 곳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 후, 어깨띠를 매만지며 마이크를 직접 달았다. 리포터가 본 손학규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자연인에 가까웠다. 권위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캠프 관계자는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한 손 대표의 스타일이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며 “보수든 진보든 반감이 적어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온화한 이미지가 좋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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