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이 많이 아프다. 인간이 살고 있기에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인간이 살기 때문에 더럽혀지고 훼손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기후 변화와 재난들을 보면 지구별이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겪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들을 만났다. 생활에서, 일터에서 풀어놓는 그들의 크고 작은 실천들도 들여다본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naver.com
버려질 뻔한 불량 제품들, 디자인 입고 생활 소품으로 변신
친환경 리사이클 매장 ‘세이지 디자인’
하얀 니트는 전등으로, 발가락이 길어진 양말은 오징어 인형으로 새로 태어난다. 긴 양말에 솜을 넣고 돌돌 말아 고정시킨 방석도 새롭다. 리사이클이라기엔 너무 ‘잘 생긴’ 이 제품들은 모두 디자이너 김자연 씨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는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며 친환경 리사이클 매장을 구상했다. 의류 도매업을 하는 언니와 동생한테서 재료를 제공받는다. “리사이클도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장롱에 쌓인 옷으로 쿠션을 만들어 보세요. 얼마나 예쁘게 오래 쓰는데요. 운동을 매일 하는 것처럼 재활용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죠.”
‘세이지 디자인’의 모든 물품들은 의류 업체에서 불량처리 된 새 옷들과 소품을 이용해 만든다. 버려질 뻔한 물건들이 디자인을 입고 생활용품, 인형, 봉제소품, 액세서리, 목재소품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모두 김자연 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 지는 핸드메이드 제품들로 ‘온 세상을 통틀어 하나뿐인’ 물건들이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선 세이지 디자인의 제품들은 이제 막 미술 전시관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생동감 넘치고 기발하다. 공산품들처럼 획일적이지 않다. 와인병과 양말을 이용한 인형은 소장하는 이까지 생겨날 정도다.
옷을 만들고 남은 천을 박아 만든 컵받침, 짜투리 천을 이어 달아 만든 리스, 의류 장식으로 만든 목걸이와 머리띠도 멋스럽다. 세이지 디자인 매장을 둘러보면, 지구를 사랑하는 일이 부담감이 아닌 유쾌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매장을 나올 때 쯤이면 ‘나도 하나 만들어 볼까?’ 궁리를 하게 된다. 매장에서 친환경 일일 클래스도 연다.
위치 미관광장 옆 메크로폴리스빌딩 1층
문의 031-903-4531 sagedesign.co.kr
방치된 자전거, 버리지 말고 보내주세요
맞춤형 자전거 제작업체 ‘아이엠바이크’
4년 전, 자전거 타기 열풍이 불 무렵이었다. 장석준 씨는 비싼 수입 자전거를 구입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중고 부품을 모아 만들다 보니 어려움에 부딪혔다. 정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전거 가게 주인들이 파는 일에는 열을 올려도 만드는 일에 도움은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과 노하우를 보태 아예 자전거 가게를 차렸다. 지난해 봄에 문을 연 덕이동 ‘아이엠바이크’는 온라인으로 주문, 제작이 이루어지는 독특한 업체다. 바퀴부터 핸들까지 자전거에 들어가는 22가지 부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다. 홈페이지로 색깔과 디자인을 고르면 제작에 들어가,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
자신만의 맞춤형 자전거를 타다 색이나 모양이 지겨워지면 버리거나 방치하는 대신 ‘리폼’으로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부품별 색,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사이클 코너도 운영한다. 버려지는 자전거를 수거해 5대로 1대의 새 자전거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기증하는 일이다. 장석준 씨는 “방치된 자전거는 친환경이 아니라 반환경적인 존재가 된다”면서 리폼과 리사이클에 힘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의 www.자전거조립.kr 031-916-3363
아람누리 봄환경특별전 ‘공존을 위한 균형’
친환경 건축, 그린디자인, 순수 예술의 세 분야가 섞인 전시회가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7월 3일까지 열린다. 환경 건축가 원희연,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외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에 분홍색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평화와 공존을 뜻하는 ‘분홍’ 물건들을 전시 관람객들에게 기증 받은 물건들이다. 전시가 끝나면 가난한 나라의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하니 전시에 갈 때 분홍 물건 하나씩 챙겨가자. 페트병 물뿌리개에 그려진 귀여운 얼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다. 일회용 종이컵 위에 서 있는 북극곰, 연탄더미 위에 놓인 펭귄들은 모두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안타까운 와중에도 택배테이프를 모아 만든 공, 안 쓰는 종이로 만든 달력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아픔 속에서도 여유를 만드는 힘이 있다.
관람객이 가져온 티셔츠로 만드는 티셔츠 퍼포먼스, 지렁이 똥으로 탈취제 만들기, 페트병 물뿌리개 만들기 등 참여행사가 펼쳐진다. 강연과 생리대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전시기간 7월 3일까지
관람료 일반 3천원, 19세 미만 2천원 (체험비 별도)
문의 031-960-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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