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난 16~20일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와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분당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 사람의 유권자를 더 만나기 위해 아침 출근길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은 물론 아파트 상가 교회 공원 노인정 주민센터 어린이집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돌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 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후보로 나선만큼 이번 분당을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뜨겁다. 더욱이 여론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달라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 과연 분당의 유권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두 후보의 선거 유세현장을 분당내일신문 리포터가 밀착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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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후보
온화한 미소 속 넘치는 카리스마
D-8인 지난 19일, 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이날 첫 일정은 4·19혁명 51주년을 기념한 4·19묘역 참배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4·19묘역에서 첫 일정을 소화한 손 후보가 분당에 돌아온 시간은 오전 8시경.
아침식사는 어떻게 했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손 후보는 “묘역 앞에서 설렁탕 한 그릇 뚝딱 먹고 왔다”고 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민주당 김영근 부대변인이 “1분 1초가 아까워 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오늘 아침은 든든히 드신 편”이라고 덧붙였다.
손 후보는 서현역 AK프라자 앞 버스 정류장 출근길 인사로 이날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 4월 19일 오전 8시20분 서현역 2층 버스정류장
서현역 AK프라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손학규 후보는 이른 새벽부터 서울과 분당 왕복 80km의 거리를 다녀왔다고 믿기 힘들만큼 활기가 넘쳤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허리를 숙이며 눈을 맞추는 그에게서 “4·19정신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것”이라는 말이 연상됐다.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검은 정장에 민주당의 상징색인 그린 계열의 넥타이를 맨 손 후보는 “안녕하세요 손학귭니다”를 외치며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미는 손을 잡고 인사를 받았지만 “여기가 선거구가 아니잖아요”라며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손 후보와 악수를 나누던 문재열(64·분당구 분당동)씨가 “분위기가 전과 다르다. 집값이 떨어져 걱정하는 친구가 많은데, 이번에는 바꿀 수도 있겠다”고 덕담하자 손 후보는 “행복한 중산층이 많은 분당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한 분당주민은 “정직하니까 꼭 당선될 거다”하는 응원 메시지를 건네며 파이팅을 외쳤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손 후보와의 인증 샷을 요청하는 젊은 남성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9시를 넘자 사람들이 발길이 뜸해졌지만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려는 손 후보. 결국 ‘시간이 없다’며 재촉하는 보좌진들의 안내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4월 19일 오전 11시30분 구미동 하얀마을 노인회관
점심을 먹기 위해 노인회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냐”며 깜짝 놀란다. 하얀마을 6단지 노인회관에 몰려온 기자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손학규 후보가 인사하러 온다더라’고 전하자 “온다는 얘기 못 들었는데…”라며 의아한 표정. 곧이어 “기호 2번 손학규,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라며 손 후보가 들어섰다. 손 후보와 두 손을 맞잡은 윤일지(86)할머니는 “나는 (여론조사)전화 받을 때 마다 손학규를 찍었으니 그것 좀 알아줘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잣말로 “요즘 여론조사는 당최 믿을 수가 없어”한다. ‘실제로 만나보니 어떻냐’는 리포터의 물음에 윤채봉(80) 할머니는 “웃는 모습이 테레비랑 똑같네.” “한나라당 후보는 옆 동네에 산다던데 얼굴 한번 못 봤어”라고 귀엣말했다.
한켠에서는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다, 다 도둑놈’이라며 소곤거리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고, ‘선거 때나 되니 높은 양반들 얼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쓴 소리를 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이왕 왔으니 배식도 거들고 밥도 얻어먹겠다”며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손 후보. 배식을 끝낸 후 손 후보도 할머니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함께 했다. 이날의 메뉴는 팥밥에 콩나물국, 단호박찜, 갈치구이, 봄동 겉절이와 김치였다. 바쁜 일정 때문인지 손 후보의 젓가락질이 빠르다. 하지만 식사하는 내내 마주 앉은 할머니들의 건강을 챙기며 아들처럼 살뜰한 모습을 보였다. 식사를 마친 손 후보가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갈치가 두툼하니 맛있었다”는 그의 덕담에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는다.
#4월 19일 오후 1시 정자동 오페라하우스
오후 일정으로 손 후보는 분당 정자동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협회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판교테크노밸리 등 벤처기업 단지 유치를 위한 그의 활약상을 알기 때문인지 참석자들은 그의 방문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손 후보의 소개에 이어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판교테크노밸리의 규제완화와 지원 확대방안에 대한 질문에 손 후보는 “지식경제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을 모시고 대답하고픈 심정”이라며 “도지사 시절부터 벤처기업 지원 필요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한계가 있지만, 내가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게 되면 그땐 적극적으로 검토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손 후보는 참석자들에게 이번 재보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손 후보는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중 나우콤이 재보선 선거 당일, 투표를 위해 직원들에게 2시간 유급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보다 많은 분당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체 대표 여러분들이 의지를 갖고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회사원 이선영(27·분당구 정자1동) 씨는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너무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면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 중에 유권자가 많은데 휴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선거에는 다들 관심이 없더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김정심(47·분당구 수내3동)씨는 “손 후보가 테크노밸리 조성에 참여했던 만큼 기대가 크다”며 “지역과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꼭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신영·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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