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무대를 떠난 여성 연극인들이 지난 2000년 6월,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을 창단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슴 속에 묻고 지냈었던 그녀들이 무대에 다시 서게 되면서 ‘연극’은 그녀들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지난 시절, ‘마실’ 한번 다녀오면 얼굴색이 환해졌던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연극은 그녀들의 지친 삶의 활력소이자 큰 행복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1인 3역, 힘들지만 행복하다.
지난 9일, 제 28회 강원연극제의 개막작을 공연한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 젊은 시절 각 극단에서 활동하다 결혼과 함께 연극을 접어야만 했던 단원들을 불러 모아 지금의 ‘마실’을 만든 것은 장정임 초대 대표. 젊은 시절 극단 혼성에서 활동했던 그녀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봉사단체를 만들어보았으면 하는 제안에 후배 단원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실’ 단원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에, 공무원부터 건축가, 선생님, 회사원, 자영업,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일과 육아, 가사 일에 연극 작업까지 1인 3역 이상을 소화하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주부들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직장생활과 가사, 그리고 연극을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때문에 공연 연습 일정이 잡히는 순간 단원들은 모든 일상이 비상이다. 보통 8시에서 9시는 되어야 연습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 연습을 하다보면 새벽 1시 넘기기가 다반사다. 이렇게 ‘마실’ 단원들에게는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연극을 포기 할 수 없는 이유는 다시 찾은 자신의 꿈이자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마실’의 이숙자 대표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고 마음은 행복하다”며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지금의 ‘마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녀들만의 색으로 재창조 된 무대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은 창단 이후, 소외계층 초청공연, 고3 수험생을 위한 공연, 사랑의 집, 국군춘천병원, 춘천중앙경로대학 방문 공연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을 해마다 한 두 편해왔다. 또, 해마다의 꾸준한 활동으로 2007년 4월에는 10여개가 넘는 강원도의 전문 극단들이 참가하여 경합을 벌이는 ‘강원연극제’에서 <닭집에 갔었다-강은경/작, 김미아/연출>로 당당히 대상, 연출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2008년에는 우수해외공연극단으로 선정되어, 헝가리의 ‘커진츠버르치커 국제연극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마실’ 단원들은 극본을 선택 한 후, 작품 속에 나오는 인간을 탐구해서 다시 디자인한다. 그리고 무대를 재구성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단원들에게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마실’의 이숙자 대표는 “연극을 올리는 행위는 인간을 탐구해 가는 과정”이라며 연극에서 인물의 재창조가 없다면 죽은 연극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때문에 ‘마실’의 연극에는 그녀들만의 색이 입혀져 있다. 그리고 재창조된 무대가 있다. 그래서 그녀들의 무대가 더욱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풀뿌리 연극을 살릴 수 있는 지원 필요
그래서일까? ‘마실’의 공연은 극장 규모에 상관없이 만석을 이룰 정도로 고정 관객층을 갖고 있다. 관객이 와서 봐주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지방연극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단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성공이다. 하지만 이숙자 대표는 “지방에서 하는 풀뿌리 연극은 자생능력을 살린 상업연극이기 보다는 연극의 근원을 살리는 순수연극으로 남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객의 관심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문화 예술 관계 기관들의 관심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나 우리고장의 공연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할 것이라는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 그녀들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본다.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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