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학생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이 돼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징벌적 수업료''가 대폭 조정될 전망이다.
서남표 KAIST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해 차등 부과해오던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들은 현행대로 한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조정안은 학내 구성원 동의 및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균민 교무처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어 성적만을 근거로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판단 아래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본인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미래의 지도자,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었는데 학생이 4명이나 안타까운 일을 당해 총장으로서 낯을 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생은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학생 7805명 중 1006명(12.9%)이 1인당 평균 254만여원씩의 수업료를 냈다.
이처럼 수업료를 낸 학생의 비율은 2008년 4.9%, 2009년 8.0% 등 해마다 상승해 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학부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징벌적 수업료 부과제도 등 서 총장이 도입한 경쟁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는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며 "숫자 몇 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또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경쟁을 하려고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학생들을 경쟁시킬 생각 대신 학생들에게 얼마나 더 가르쳐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열정을 깎아내리면서 경쟁만 유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한편 학교측은 담임교수와 지도선배가 멘토로서 신입생의 전반적인 대학생활을 관리하고 조언하는 프로그램을 2∼3학년으로까지 확대하고 신입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5개의 기초필수 과목을 줄이는 한편 영어강의를 위해 조교들이 별도의 시간에 지도토록 하고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서로 다른 틀로 평가하는 등 다각적인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카이스트 재학생 중 지난 1월 8일 1학년 조모(19)씨의 자살을 시작으로 3월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2학년 김모(19)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29일 4학년 장모(25)씨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 뛰어내려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에서 2학년 박모(20)씨가 21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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