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상생법 비웃는 SSM ‘편법 개점’

홈플러스 대전 목동점 추진 … 지역 중소상인들 ‘발끈’

지역내일 2011-04-18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 상권을 잠식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이른바 ‘유통법’과 ‘상생법’이다. 전통시장 500m 이내에는 SSM을 개점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대기업이 직접 SSM을 운영하는 것을 막고 지역 상인들과 협의해 운영시간 등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대기업들의 SSM 변칙 개점이 잇따르면서 상황은 다시 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7일 대전에서도 편법을 동원해 SSM을 개점하려는 대기업에 항의하는 지역 중소상인들의 집회가 열렸다.
대전슈퍼마켓협동조합과 지역상인, 대전경실련 등으로 구성된 ‘홈플러스 개점반대 비상대책위’는 7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에서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는 지역상권을 붕괴시키는 목동점 출점 준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이곳에 SSM을 개점하려하자 대전슈퍼마켓협동조합은 대전시에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대전시는 지난달 10일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SSM 입점을 막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홈플러스측은 주민들이 끝까지 입점을 막을 경우 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가맹점 형태로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통시장과도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법적 규제를 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이 지역 중소상인들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개점하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500m 근처에 롯데마트가 이미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근처 슈퍼마켓 8곳이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까지 문을 열고 경쟁을 벌일 경우 이 지역 슈퍼마켓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대전슈퍼마켓협동조합 박재현 팀장은 “주변 50여개 슈퍼마켓 모두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대기업 SSM들은 지역 상가임대료 인상을 부추겨 중소상인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대전 대덕구 법동에 개점한 SSM 한 곳은 건물주에게 보증금 12억원에 월 임대료 1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건물을 임대했다. 보증금은 이 건물의 가격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이 때문에 주변 건물 임대료가 동반 상승했다. 박재현 팀장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00만원이면 임대할 수 있는 건물을 대기업이 나서 20배 이상 높은 가격에 임대하니 주변 상가 임대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대기업 SSM이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정부와 여당은 중소상인들의 반발에 마지못해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홈플러스가 편법적으로 가맹점을 통해 이를 피해나가면서 법안이 ‘생색내기’로 전락했다”면서 “대형유통매장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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