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당. 그곳에는 질병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해당 전문분야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 이제 질병 치료와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당 명의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집자주 >
남자의 자존심, 버려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남성도 여성처럼 갱년기를 겪는다. 40세가 넘으면서부터 남성 호르몬이 줄어 성기능도 떨어지고 피부도 푸석푸석해지며, 입이 마르거나 쉽게 피로해진다. 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 그렇겠거니’ 하며 그냥 지나친다. 갱년기 여성이 주변의 관심과 배려, 가족의 이해를 받는 반면 남성의 갱년기는 무관심 속에 묻혀버린다.
특히 ‘남성 갱년기=고개 숙인 남자’와 같은 표현처럼 그동안 갱년기의 성적능력 저하에만 초점이 맞춰져 다뤄왔던 것이 사실. 최근 ‘중년 이후 남성건강을 성(性)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통합적인 건강회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늘고 있다.
남자, 자존심 버리고 건강관리 인식해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남성’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정력’을 떠올리고 있어요. 남성의 성기능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예요. 남성 갱년기 치료에 대해서도 그저 성기능 회복일거라고만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요.”
분당 이매동 연세엘림비뇨기과의 김현주(51) 원장은 남성 갱년기 치료를 위해 장시간의 부부상담까지 마다 않는 남성주치의로 유명하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 뿐 아니라 환자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동반자이길 자처하는 것이다. 병원 이름에도 ‘충분한 샘과 시원한 그늘이 있는 오아시스’라는 뜻의 성경 속 장소 ‘엘림’을 넣었다.
“신혼부부들은 남편이 원인제공자인 불임(혹은 난임)문제로 많이 찾아오고, 중년 이후 부부는 갱년기 갈등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장애가 남는다는 걸 아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김 원장은 남성 호르몬이 줄면서 성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 남성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예민하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치료가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남성의 성기능에만 집중하지 말고 근력 지구력 골다공증 심리적부분까지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죠. 특히 갱년기를 맞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배려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임신 성공해 환자가 연락 끊을 때 가장 보람
김 원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비뇨기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강남차병원 불임센터에서 비뇨기과 과장과 남성의학연구소 소장으로 12년간 남성 불임을 전문적으로 진료했다. 남성이 건강해야 가정이, 더 나아가 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료철학이다.
“비뇨기과는 부끄럽고 쑥스러운 곳이 절대 아니예요. 책임있는 가장이라면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당당하게 비뇨기과 주치의를 찾아 건강을 점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불임 환자들을 진료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묻자 ‘더 이상 안 찾아오는 환자의 소식을 들었을 때’라는 아리송한 답을 내놓는다.
“어느 신혼부부가 함께 찾아와 석달 정도 치료를 받더니 어느날 연락을 뚝 끊은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 분이 임신에 성공해 집 밖 외출도 삼가고 몸조심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럴 때 정말 기쁘죠. 마치 제가 아기의 생명을 드리기라도 한 것처럼요.”
예전엔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대부분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불임의 원인은 대략 남성과 여성에 그 원인이 35%씩 있고, 부부 모두에게 있는 경우가 25%,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약 5% 정도라고. 김 원장은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부부 모두가 불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은 해변가 연인들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것
김 원장은 청소년들이 성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건강한 성 정체성을 찾을 수?있도록 돕는 일에도 애정이 깊다. 야동 등 음란물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성을 이야기할 때 그가 많이 하는 비유는 바로 해변을 나란히 걷는 연인의 모습.
“사랑하는 연인이 손을 맞잡고 멋진 해변가를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해요. ‘그 평화를 깰 것인지 지킬 것인지는 너의 몫이다’ 라고 얘기하면 아이들 대부분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것 같더라구요.”
아름다고 소중한 성은 부끄럽고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부모와도 함께 얘기 나눌 수 있을만큼 밝고 좋은 것이라는 얘기도 재차 강조한다. 특히 부모를 통해 바라본 성이야말로 아이들에겐 더 없는 교과서라는 게 그의 주장. 폭력성이 대물림되듯 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 또한 부모에게 고스란히 물려받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가 좋은 가정의 아이들은 대체로 사춘기에 겪는 성적 호기심이나 혼란에 대해서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성장하는 자녀의 인생을 위해서도 금이 간 부부관계는 반드시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의료봉사 현장엔 항상 김현주 원장이 있다
김현주 원장의 진료실에는 ‘주님과 더불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4대째 크리스챤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생활을 하면서 신학공부에 뛰어들어 지난 2005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기도 했다. 현재 안산 경일고등학교 교목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앙생활을 통해 느끼는 감사함을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그가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해외의료봉사활동. 지역 동료의사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비롯해, 2008년 미얀마 싸이클론, 2010년 아이티 지진 현장을 찾아 의료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나누며 사는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강연을 비롯해 부부건강세미나, 노년기 건강강좌 등 다양한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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