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라는 행복 바이러스 함께 하실래요?
‘동시를 읽는 모임’은 어떤 모임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모임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찾아간 전주시 인후문화의 집.
나이가 지긋한 70대부터 7살 어린 아이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는 모임에서 어른들이 신이 났다. 와크르르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어진 출석체크 시간.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큰 소리로 대답한다. ‘세상을 보는 긍정적 힘’. 그래선지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의 표정은 모두 밝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동시 읽기
전주 동시읽는 모임은 윤이현 작가의 지도와 박예분 작가의 동시 준비로 모임은 이뤄진다. 오늘 주제는 ‘봄’이다. 봄햇살처럼 따뜻하게 풀어놓은 시어들이 오늘 참여한 회원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회원들은 아련한 추억에 빠져 저마다 서로의 추억담을 이야기한다.
명예 회원인 7살 민경이는 동시를 읽는 모임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오늘 민경이는 김용택 시인의 ‘우리 반 여름이’ 동시를 실감나는 목소리로 또랑또랑 읽어주어 회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현미 씨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사물을 이해하다보면 동심의 세계가 행복해요.”
어렴풋한 학교 시절 문학을 좋아한 황복숙 씨는 6년 전 우연히 이곳 활동을 하게 된 열성파다. 6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월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동시에서 얻은 깨우침과 감동으로 어린아이처럼 기쁨이 많아졌어요. 사실 글 쓰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동시를 읽다 보니 요즘은 모든 일상의 일들을 꼼꼼히 메모하게 됐어요.”
막상 동시를 읽고 나니 정말 사물에 대한 생각들이 늘더란다.
동시에서 찾은 아이들과의 소통
동시를 읽는 모임은 한국동시문학회에서 각 지역별로 동시읽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전주지역은 2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박예분 작가는 “동시를 읽으면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지고, 그 속에 기쁨이 있어요. 동시를 읽으면서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 힘과 희망이 생겨요.”
윤이현 작가는 “동시를 읽는 어른들은 동시 속에서 꿈꾸는 아직 철(?)이 안든 어른이에요.(웃음)”
이날 새로 온 신입회원 김원식 씨는 “제가 60대인데, 손녀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손녀와 소통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어요.”라고 말한다.
전주 동시읽는 모임의 유희선 회장은 “아이와 같은 동시를 읽고 소통할 수 있어 동시읽기에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와 함께 동시대회와 시낭송대회를 나가면서 아이가 자부심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어른이 되어 새삼 동시를 읽게 된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즐거움이다.
맑은 동시가 세상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
동시를 읽는 모임은 좋은 동시를 읽고 외워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동시를 즐긴다. 윤이현 작가는 “우리 회원들은 그 달 읽어 본 동시 중 가장 마음에 든 동시를 각자 하나씩 선정해 가족들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둡니다. 그 맑은 동시들이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뜻이지요.”
동시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달리 보는 작업인 셈. 이러한 동시를 가족들 곁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깊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학교 부적응 아동에 대한 동시를 활용한 상담프로그램의 효과’라는 논문제목으로 전주교대 석사논문을 발표한 이경옥(만수초) 교사는 동시를 접목해 아이들의 마음치료 상담에 큰 효과가 있다는 동시의 중요성을 알렸다.
전주시민독서포럼의 일환으로 동시읽는 모임에서는 오는 4월 2일(토) 공개 동시토론회를 연다. 박예분 작가는 “동시는 읽기 편하면서도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동시의 매력에 동참했으면 해요.”
이밖에도 이 모임에서는 매년 가족 시낭송대회, 동시와 꾸미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시민들에게 동시를 알리고 있다.
동시의 세계는 단순한 것 같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그런 반듯한 짧은 글귀가 아이들 맘 속에 스며든다면 이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동시를 읽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맑은 향처럼 피어오르던 말들의 순수성이 떠오른다. 너무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기에 아마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문의 010 - 8244 -8534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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