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40~50대 1만8천여명이 고혈압 앓는다
고혈압-관절염-간질환-당뇨 순으로 환자 많아 … 가장 많은 암은 갑상선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문득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이 느껴질땐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서글퍼지는 중년. 같은 나이인데도 어떤 사람은 아주 젊게 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기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천적으로 건강체질을 타고 났다며 병원 가기를 꺼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선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그 건강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꾸준한 관리와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건강은 지키고 관리하기 나름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녔는지, 혹은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건강지수.
그렇다면 분당의 30~50대 중년 남녀의 건강지수는 과연 몇 점이나 될까.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비롯해 각종 암과 다빈도 질환 등 지역 의료통계 자료 분석을 통해 분당 중년의 건강지수를 확인해본다.
고혈압, 폐경기에 급증 …분당 50대 여성환자 5342명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09 지역별의료이용통계에 따르면 분당의 30~50대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고혈압(1만984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20대 이하 273명에서 30대에 들어서면서 5배가 넘는 1368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후, 40대 6597명, 50대는 1만1879명으로 최고치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상식. 하지만 나이와 혈압이 비례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고혈압 발병의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면 고혈압의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당 서현동 분당21세기클리닉의 김한수 원장은 “성별이나 연령은 바꿀 수 없지만,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생활습관은 바꿀 수 있다”면서 “정기적인 혈압측정을 통해 고혈압 발생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50대 들어 고혈압 환자가 급증한 것은 여성의 폐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폐경기가 될 때까지는 고혈압 등의 심장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적지만, 폐경 후 발병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띤다. 이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감소와 관련이 깊은데, 분당의 여성 고혈압 환자 역시 40대 2074명에서 50대 534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관절염, 55세 이상 여성 발병률은 남성의 4배
분당 중장년층에서 고혈압 다음으로 많은 만성질환은 관절염이다. 전체 관절염 환자(4만6567명)의 40%에 달하는 1만8596명의 환자가 30대~50대에 포진해 있다. 주목할 것은 여성환자의 비중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 1만1354명이 여성환자다. 이와 관련해 분당 야탑동 정자헌내과의 정자헌 원장은 “노화 자체가 관절염의 원인은 아니지만 점점 나이가 많아질수록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무릎관절염 질환이 자주 나타난다”면서 “5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약 4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의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결혼 후 출산이라는 경험을 겪어 남성보다 신체의 약화가 불러오는 불리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혈압과 관절염에 이어 분당의 중장년층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은 간질환(9085명), 당뇨(7168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질환은 40대 남성에서 192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당뇨는 65세 이상 여성(5582명)과 남성(4770명)에 이어 50대 남성(2690명)순으로 환자 수가 많았다.
분당 중년 암, 갑상선암-유방암-위암-간암-대장암 순
최근 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분당의 중장년층이 많이 걸리는 암은 무엇일까.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동안 분당의 30~50대 연령에서 가장 많이 걸린 암은 1947명의 갑상선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유방암(891명), 위암(463명) 간암(371명) 대장암(465명) 자궁암(137명) 폐암(104명)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특히 중년 여성에서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갑상선암은 분당 전체 환자 2663명 중 57%를 차지하는 1529명이 30~50대 여성이었다. 분당 정자동 우리건강의학센터의 최영희 원장은 “갑상선암은 최근 진단 치료 기술이 발달돼 양성결절인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고, 암의 경우에도 1㎝ 이하의 미세유두암은 전이 가능성이 낮아 치료가 쉬운 편”이라며 “암의 종류와 진행 여부에 따라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년 남성 환자가 가장 많은 암은 간암인 것으로 집계됐다. 30~50대 분당 남성 325명이 간암에 걸렸고 위암 244명, 대장암 208명, 폐암 59명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불룩하게 복수가 찬 말기환자의 모습을 담은 충격적인 광고영상이 논란이 됐던 간 질환은 간암이나 간경화 외에도 간염, 알콜성 지방간 등 다양하다. 간염이나 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정기검사를 하는 게 좋다.
특히 간암은 90% 이상에서 만성간질환 즉, 만성 간염 또는 간경변증과 같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간암의 고위험군, 즉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에서는 반드시 3~6개월 간격으로 간암 선별검사(간암표지자에 대한 채혈검사, 복부초음파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인터뷰-서울나우병원 가정의학과 원영일 원장
건강검진으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이가 들어 그렇겠거니‘ 당연하게 여기는 중년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병과 만성질환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질병은 마음과 몸이 함께 균형과 활력을 잃어버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숨어있는 스트레스들을 현명하게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질병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필수요건이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40대 이후부터는 비만과 그로 인한 합병증만 주의해도 큰 병을 키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직계가족 중 암이나 만성병환자가 있거나,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흡연이나 비만인 사람 등은 일반인보다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하죠.”
분당 서현동 서울나우병원의 원영일 원장은 “40~50대의 경우 신장, 체중, 혈압, 갑상선, 간, 자궁경부세포진 검사와 유방 진찰은 반드시 매년 받아야 하며,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들에서는 심전도 검사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조깅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향상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도 중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바쁜 사회생활로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다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요령.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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