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병원 남호탁 원장
언젠가 미국 여행 중에 일이 급해 화장실로 달려 들어간 적이 있다. 볼일을 보려고 허둥지둥 바지를 내리고 척하니 변기 위에 걸터앉아 힘을 주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당최 아랫도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쏟아져 나올 듯 뒤는 무지근하고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 정작 변기 위에 앉아서도 밀어낼 수 없는 것이라니, 그야말로 난감하고 황당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유를 몰라 전전긍긍하던 나는 돌연 나의 두발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앉아 있던 변기는 여느 미국 화장실과 달리 제법 높이가 돼, 나는 두 발을 지면에 고정시키지 못한 채 변기 위에 걸터앉아 있는 꼴이었다.
‘혹시 이게 원인이 되어……’
나는 변기에서 엉덩이를 뗀 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는 아랫배와 항문근처의 근육으로 힘을 모아봤다. 두 발의 뒤꿈치가 든든히 지면에 고정되자 나는 어렵잖게 항문주변으로 힘을 모을 수가 있었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마냥 수월하게 볼일을 볼 수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후 나는 인터넷을 뒤져 혹여 이와 관련된 논문이 있나 검색해보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두 편의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논문에는 발뒤꿈치를 지면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어야 항문주변이나 아랫배에 힘을 줄 수가 있어 똥도 시원스레 눌 수 있다고 또렷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후 정말 그런 것인가 하여 나는 확인 차 부러 변기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실험을 해보기도 했는데, 어김없는 사실이었다.
집안에서 변기를 함께 사용하다보니, 어린아이들의 경우 대롱대롱 매달린 채 볼일을 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경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볼일을 보기 어렵고, 어린이 변비가 초래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 변기를 따로 사용하거나, 어린아이들이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볼 경우 두툼한 책을 받쳐주거나 해서 두 발이 지면에 든든히 닿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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