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지역내일 2011-03-05 (수정 2011-03-05 오전 1:12:29)

아이들은 훗날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은 사랑을 가르칠 거라 믿어요

비빔밥을 만드는 데 준비한 재료는 상상 이상이다. 전기밥솥이 3개나 동원됐고 호박, 당근, 상추와 버섯볶음에 다진 고기와 계란 후라이가 80여 개. 지난 12일 성남시 중원구 우리공동체에 방문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하 아찾사)의 중식 만들기 현장이다. 지적장애가 있어 힘들고 몸 불편한 청소년들에게 밥 한 끼 정성껏 먹이고픈 엄마의 마음은 재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갓 지은 밥이 맛있다며 매번 솥 채 들고 오지요.(웃음) 대식구 밥 하는 게 큰일이라고 했더니 방학마다 즐거운 이벤트를 마련해 줘 정말 감사해요.” 우리공동체를 운영하는 최영희씨의 말이다. 
50인분의 엄마표 비빔밥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찾사 아이들과 지적장애 아동들이 짝을 맞춰 산책 나가자 엄마들은 청소와 설거지, 준비해 온 반찬까지 숙달된 품새로 정리를 한다. 남의 집 부엌을 제집처럼 드나드는데도 최 원장은 느긋한 표정. “4년 동안 매월 반찬을 만들어 오셨으니 이젠 한 식구나 다름없죠.(웃음)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을 정도로 저희에게는 소중한 인연이에요.”

이웃과 하나 되기
8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찾사는 엄마들과 자녀들이 함께하는 봉사모임이다.
아찾사는 2004년, 김소미(구미동·49)씨의 제안에 의해 결성됐다. “애들 1학년 때 반의 대표를 맡게 됐는데 엄마들 사이에서 모임 요구가 많았어요. 관심과 열의를 학원이나 사교육에 쏟지 말고 아이들을 ‘아름다운 사람들’로 키우는데 두자고 편지를 썼죠. 기쁘게 받아주신 분들과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비록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자 선물이 된다고 생각해 모임 이름은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방향은 ‘이웃과 하나 되기’로 정했다. 초기에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라느니 ‘자기 아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유난을 떤다’ 등 주위의 오해도 많았다. 시간이 흐르자 불필요한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졌고 봉사가 화두가 된 요즘에는 오히려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아졌다고.   

봉사기금은 공연과 바자회를 통해 직접 마련
아찾사는 지금까지 네 번의 자선공연과 세 번의 바자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주축인 만큼 처음부터 부모의 금전적인 도움 없이 본인들의 노력으로 봉사기금을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율동이나 노래를 가르쳤고 직접 무대를 꾸몄다. 선생님들은 연습할 수 있게 기꺼이 교실을 내주었다. 사물놀이나 태권도는 인근의 학원장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올렸다.
바자회 역시 소홀하지 않았다. 비즈 액세서리와 헤어밴드, 천연비누는 엄마들이 만드는 법을 배워 모두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판매했다. 닭 육수와 멸치다시로 떡볶이와 어묵을 만들고 각종 전은 현장에서 지져냈다. 신바람 난 아이들이 모금 활동에 적극적인 건 당연지사. 공연의 사회나 바자회의 천막 설치에는 아빠들이 흔쾌히 나섰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심리치료가 필요한 또래의 음악치료비와 급식비 보조, 탈북단체와 저소득 공부방 등에 고루 사용했다. 필요한 것이 물건이라면 직접 구입했고 후원금이라면 최소 1년 이상 꾸준한 도움이 되도록 배려했다.
“애들이 어릴 땐 연습을 하다 서로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웃음) 봉사 가려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고, 찬조 공연 가는데 길이 막혀 길에 차를 세우고 지하철 타고 죽어라 뛴 적도 있죠. 무더운 여름날 학교 옆 소공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총연습을 하던 때의 일들은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사랑의 씨앗 퍼져갈수록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죠~
엄마들은 한 달에 한번 씩 모임을 갖고 활동에 관해 토의하며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비폭력 대화법’ 등 부모공부에도 열심이다. 각자의 재능과 관심은 개인 봉사로 선순환 되었다. 컴퓨터에 능통한 엄마는 카페를 관리하고 풍선아트가 취미인 엄마는 공부방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봉사를 한다. 뒤늦게 상담공부를 시작해 무료 상담사로 나선 이가 있고 지역공부방의 영어교사로 3년 넘게 봉사한 이도 있어 서로 간 배울 점이 많다는 게 멤버들의 한 목소리.       
아찾사는 요즘 책읽어주기 봉사에 푹 빠져있다. 조를 짜서 1주일에 한번 씩 성남시다문화센터에 찾아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강기매(43·야탑동) 회원은 “다문화 아이들은 이중 언어가 자연스러운 만큼 나라를 위한 소중한 인력으로 자랄 수 있다”며 “독서활동이 아이들의 학업을 돕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자녀를 키우며 쌓인 노하우를 책읽기 프로그램에 접목했다. 구연동화에 이은 연계활동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고 출석표를 만들고 독서왕을 뽑았다.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는 동안 엄마들을 옆방에서 이주민 엄마들에게 요리를 가르쳤고 케니빌리지로 단체 견학도 다녀왔다. 진심어린 애정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낯설어 하던 아이들은 이제 “읽어주는 오빠가 좋아 책읽기도 좋아졌다”는 심선(9)이부터 “형이랑 누나들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재연(7)이까지 환영 일색이다. 
어리게만 느껴지던 아이들은 봉사를 통해 부쩍 성장했다. 한동윤(15)군은 “친구들과 봉사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박수아(15)양은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나와 다를 바 없는 이웃으로, 힘들게 살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훗날 자기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사랑을 가르칠 거라 믿어요. 사랑의 씨앗이 멀리 퍼져 나가면 훨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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