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다 기성복의 등장과 함께 쇠퇴했던 양복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05년을 기점으로 기성복과 고급 맞춤복의 틈새를 공략한 중저가 맞춤양복점이 생기면서 젊은 층을 맞춤옷 시장에 끌어들였고, 고급 수제양복을 고수하고 있는 양복점들 또한 입지가 탄탄하다. 획일화된 패션보다 개성을 표현하려는 분위기 또한 맞춤옷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내 몸에 꼭 맞춘 섬세한 기술로 편안함과 남다른 실루엣을 주는 맞춤옷. 맞춤옷의 매력은 입어본 사람만 알 수 있고 선호한다. 탄탄한 고객층을 자랑하는 남성 맞춤복 시장의 분위기와 우리 지역에서 오랜 세월 건재하고 있는 양복점을 수소문했다.
체형 결점 보완해 자신감 심어주는 맞춤옷
맞춤옷이라고 하면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지만 요즘은 연령에 상관없이 20~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미조사 유질웅 사장은 “가격을 묻는 문의 전화가 많아졌고 20~30대 손님도 부쩍 늘었다”면서 “일반적인 기성복에는 한계가 있고 정말 괜찮은 옷은 비싸기 때문에 다시 맞춤옷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맞춤양복 베르디 김병준 대표는 “젊은 층은 명품 브랜드를 보고 그와 비슷한 디자인을 주문해 입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 맞춤옷을 입어본 사람은 백발백중 다시 찾는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섬세하게 작업하는 것이 맞춤복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맞춤옷의 장점은 자신의 신체 치수에 꼭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원하는 원단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깨의 높이, 좌우 팔의 길이는 물론 옷을 입고 서 있는 자세와 행동패턴 등을 완벽하게 배려해주기에 옷을 걸쳤을 때 실루엣이 다르다. 가격에 따라 국산부터 이태리 원단까지 적게는 10가지부터 많게는 1000여 가지 중에서 원단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버튼의 세부, 주머니의 모양, 뒤트임의 종류, 옷깃의 스타일, 그리고 박음질 같은 옷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손수 결정할 수 있다.
조흥양복점 김하룡 사장은 “맞춤옷의 기술은 체형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포인트”라면서 “어깨가 좁은 사람은 넓어보이게, 체형이 마른 사람은 덩치가 커보이게 디자인한다. 섬세하게 만든 옷이기 때문에 기성복이 잘 맞는 일반 체형의 사람들도 맞춤옷을 입어보면 다음에 일부러 찾아온다”고 얘기했다.
맞춤 양복?셔츠, 실루엣과 편안함이 달라
맞춤옷의 유행은 기성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남성들도 단순히 양복 한 벌을 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과 감각을 입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젊은 층의 경우 요즘은 셔츠칼라가 짧고 좁으면서 몸에 꽉 맞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40~50대도 마찬가지. 옷맵시를 중요하게 생각해 날씬하게 보일 수 있는 몸에 딱 맞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바지통도 슬림한 디자인이 인기다.
맞춤 셔츠만으로도 맞춤옷의 가치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소매디자인이나 커프스, 칼라 디자인, 모양, 소매 굴림 등 셔츠의 구성요소 하나하나에 개인 취향을 가미할 수 있다. 요즘은 명품 셔츠처럼 가슴에 주머니가 없고 라인이 들어간 디자인을 선호한다. 이성자(송파동?39) 씨는 “3년 전부터 남편에게 맞춤 셔츠를 입혀주는데 편안해서 입었을 때 기분 좋다고 얘기 한다”며 “기성 브랜드에서 나오는 와이셔츠는 목 높이가 정해져 있어서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맞춤양복 한 벌 가격은 원단에 따라 보통 40만원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까지 있다. 셔츠의 경우 5만원~10만원이면 구김이 적고 질 좋은 옷감을 선택할 수 있다.
맞춤 정장 제작은 한 번 더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완벽히 옷을 맞추는 가봉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보통 10~15일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고가의 양복을 만드는 곳의 경우 원단 샘플을 들고 출장을 나와 치수를 재기도 한다.
실력 갖춘 우리 동네 양복점
잠실에 있는 베르디는 22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복점. 개인 양복점이지만 분당과 역삼동에도 매장이 있다. 사장이 직접 치수를 잰 후 재단/가봉하고 바느질은 명동에 있는 직영공장에서 한다. 슈트/바지/셔츠 등 분야별 재봉기술자가 구별되어 있어서 자기 분야만 다룬다. 이곳은 100만원이 넘는 고급 양복을 주로 제작해 상류층 단골 층이 탄탄하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 중저가 양복도 제작한다. 10년을 입어도 새 옷 같은 느낌을 주는 옷을 만들어준 점이 단골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양복 40~60만원/100만 원대, 셔츠 8만원. (02)422-9501
강동구 길동대로에 있는 미조사는 27년 된 양복점으로 양복 재단사 출신 사장이 운영한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무난한 옷을 잘 만든다는 평이 많다. 재단과 가봉은 사장이 직접 하지만 제작은 공장에서 해온다. 양복 35~60만원, 셔츠 5만원. (02)484-5819
천호역에 있는 아카데미양복점은 매장 안쪽에서 직접 양복을 짓는 곳으로 30년 된 집이다. 78세 된 할아버지 기능사가 옷을 만든다. 강동구에서 오랫동안 건재하고 있는 만큼 지역에 사는 단골이 많다. 양복 60만원~, 셔츠 8만원/10만원. (02)484-8945
조흥양복점은 손바느질 양복의 참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광진구 구의동에 있다. 주머니를 제외한 칼라, 소매, 옷 단 등 모든 곳을 100% 수작업으로 작업한다. 양복 바느질을 한지 40년이 된 이 집 사장은 조선호텔, 하얏트 호텔 양복점에서 기술을 쌓았다. 2006년에는 남성잡지 GQ 코리아에 한국의 3대 양복점으로 소개되면서 양복을 맞추려는 일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욱 꼼꼼히 작업해 만족도를 높인다. 양복 45/50만원, 셔츠 5만원. (02)444-5220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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