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만나다- 우리건강의학센터 최영희 원장

지역내일 2011-03-27 (수정 2011-03-27 오후 12:37:28)
정확한 진단 위해 영상에 담긴 단서 좇는 탐정이 됩니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당. 그곳에는 질병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해당 전문분야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 이제 질병 치료와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당 명의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
작된다. <편집자주 >

의과대학 교수와 전공의 연구지도, 대학병원 진료까지 1인 3역을 거뜬하게 해내던 어느 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을 바에야 환자라도 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개원의가 된 우리건강의학센터의 최영희 원장. 어릴 때부터 꼭 이루고 싶었던 대학교수의 삶을 10년 만에 청산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에게 실력 있는 의사가 진료하는 문턱 낮은 전문의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심장영상 진단전문가
서울대의대 졸업 후 심장전문 세종병원을 거쳐 단국대의대, 그리고 8년 전 분당 정자동에 개원을 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인생 목표는 간결하다. ‘즐겁게 살자’. 블로그에서도 ‘끝없는 기쁨’이란 뜻의 ‘아만다’를 닉네임으로 쓴다. 환자 진료 역시 즐겁게 하자는 게 그의 생활 소신이다.
“환자 진료에 정성과 신뢰를 다하는 건 기본이죠. 여기에 항상 웃는 낯으로 대하자는 건데, 특히 직원들에게 그런 얘길 많이 해요. 환자를 병으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대하라구요.”
최 원장은 전공의 시절 선천성 심장 질환에 관한 논문을 한 편 작성했던 게 인연이 되어 부천에 있는 심장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에 낙점이 됐다. 그곳에서 심장 내과, 소아 심장과, 흉부외과, 마취과 등등 심장 전문의들과 한 팀이 되어 7년을 보냈다. 심장영상진단전문가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제가 전문의 딸 때는 영상의학과가 아니라 진단방사선과였죠. 초음파 CT MRI 등이 도입되고 진단검사가 더 이상 방사선 X-Ray로만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2006년엔가 이름이 바뀐 거예요. 영상의학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장비촬영을 통해 얻은 영상을 분석하고 판독해 병을 찾아내고 더 나아가 병리조직까지 가늠해내는 일이죠.”

정확한 영상은 장비 성능에 크게 좌우돼 
영상의학과의 가장 큰 매력을 물었더니 ‘탐정이 범인이 남긴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벽에 묻은 손때와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도 대수롭게 넘기면 안 되는 탐정과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공통점이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근거중심의학(EBM)의 핵심에는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영상에 담긴 것을 정확하고 볼 줄 아는 날카로운 눈, 그것을 의미 있게 해석하기 위한 의학적 지식, 그리고 모든 근거를 모아 진단하는 종합능력까지 두루 갖춰야 훌륭한 영상전문의라 할 수 있어요.”
그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어 도전하고 정복하는 것을 즐긴다. 당시만 해도 개원가에선 흔치 않던 의료영상전송시스템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를 도입한 것만 해도 그렇다. 방사선 촬영 후 필름 없이 디지털 의료장비 서버에 저장해 활용하는 방법으로 환자들의 신뢰를 얻어나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영상 확보가 우선이다. 특히 정확한 영상은 장비의 성능에 크게 좌우된다. 그가 64채널의 MDCT와 1.5T MRI를 들여놓은 이유도 이 때문. 특히 심장CT가 있는 개원의는 우리건강의학센터를 포함해 전국에 두 곳 뿐이라고. 장비가 정밀하다 보니 중증환자들에서 어려운 병이 많이 발견된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소총 가진 군인이 기관총 가진 군인을 이길 수 없잖아요. 훌륭한 의사와 정밀 진단 첨단장비가 어우러져 정확한 검사와 판독이 가능한 거죠.”

 ‘수카’와 ‘아만다’가 내 인생의 화두
서울대의대 졸업 후 지금까지 그가 흰 가운을 벗었던 기간은 단 2년. 지금은 대학생이 된 형제를 연년생으로 낳아 기르던 시기다. 91년 2월부터 이듬해 단국대의대 교수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단발 생머리에 티셔츠,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살았다.
“아이들 데리고 병원은 물론이고 유치원, 극장, 시장, 백화점, 들로 산으로 다니며 평범한 엄마로 살았죠. 다행히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할 무렵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하던 때라 취업의 문이 넓었던 편이예요. 예전 같으면 간절히 원해도 할 수 없었던 의과대학 교수직을 지도교수님 추천으로 우연히 맡게 됐죠.”
그때 느꼈다. 간절히 원할 때는 얻을 수 없고,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니 저절로 내게 찾아오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걸 말이다. 나이 50을 넘긴 그가 40대처럼 젊게 사는 비결은 바로 ‘긍정의 힘’. 누구보다 즐겁게 사는 게 인생 목표다.
“산스크리트어인 수카(Soukha)와 아만다(Amanda)라는 말을 좋아해요. ‘태풍 아래 고요한 물처럼 그 무엇도 흔들어 놓을 수 없을만큼 지극히 깊은 행복과 기쁨’이라는 의미죠. 환자들에게 수카와 아만다 같은 느낌을 전하는 의사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할 순 없겠죠.”

닉네임 ‘아만다’ 최영희 원장은



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회장, 대한검진의사회 부회장, 서울대의대 총동문회 정보상임이사 등 직함이 많은 최영희 원장은 그의 표현대로 ‘열심히 봉사 중’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지역의사들에게 한 주 간의 특이한 환자 소견이나 증례 등을 정리해 메디컬레터를 보낸다. 메일을 확인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지만 상관 없단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니 말이다.
나도 즐겁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즐겁게 하자는 원칙 아래 그가 꼭 챙기는 건 병원 직원들과의 단체 영화관람과 야유회. 벌써 5년 넘게 정례화하고 있는데 영화나 여행장소를 선정하는 일부터 뒷풀이까지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금요일 저녁마다 오페라를 공부하는 모임에 나가 감성을 충전하고, 일요일 새벽엔 마라톤 동호회모임도 빠지지 않는다. 대학 때 산악반 회원이었던 그는 마라톤 입문 두 달 만에 10km, 6개월만에는 하프마라톤 완주에 성공했을만큼 활력넘치는 생활을 즐긴다.
특히 전공 때문인지 동년배들에 비해 영상편집능력이 뛰어난 자칭 ‘파워블로그’다. 병원 홍보를 위해 시작했다는 그의 블로그에서는 영상의학전문의 최영희 뿐 아니라 마라톤 자전거 오페라 등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진솔한 모습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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