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아직도 적응 못한 아이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요”
단순하고 구체적인 원인 많아 대화로 찾아야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만3세인 아들이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는데 처음 일주일은 잘 다니더니 갑자기 가지 않겠다고 야단입니다. 아침에 어린이집 차가 도착하면 울면서 거의 강제로 차에 올라타죠.”
아침마다 너무 힘들다는 주부 김지영씨는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은 다들 잘 다니는데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아이만큼이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한다.
또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주부 이은희씨는 등교를 거부하는 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교문 앞까지 따라가 아이의 등을 떠밀어 학교에 보내고 있단다. 어깨가 축 쳐져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한 이씨. 유치원 때는 그럭저럭 공동생활에 적응했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밖에 나가는 것조차 싫어하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거부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유 찾아내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제 거의 한 달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새로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격리불안을 의심할 수 있다.
집이나 엄마와 분리되는 것에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애착대상과 분리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걱정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 격리불안으로 보아야 한다.
유아시기의 격리불안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가 격리불안으로 힘들어 하면 문제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격리불안의 원인은 새로운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과 타인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또 부모의 과잉보호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어머니가 느끼는 분리불안이 아이에게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평소에 격리불안이 없던 아이가 새학기가 되어 유달리 격리불안이 심해졌다면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무조건 아이가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 원인을 찾아 없애 주어야 한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그 원인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대화를 통해 아이 스스로 고민을 털어 놓게 만들어 보자.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면 격리불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3세 남자아이가 유치원 차량에서 여자친구와 늘 함께 앉는다고 다른 아이들이 놀러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격리불안으로 오해 했지만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자리를 바꿔줬더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교육기관을 싫어하는 이유는 대체로 단순하다. 대화로써 이유를 알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간식과 식사시간이 싫어서, 선생님이 무서워서, 친구가 놀려서, 모자가 쓰기 싫어서 등 아이가 단순하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바르게 고쳐주면 해결은 생각보다 쉽다.
새학기는 아이들에게 힘든 순간
만약 아이가 일반적인 격리불안으로 판단되면 어머니 자신부터 적응할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모두 널 좋아한단다.” 이런 말로써 소속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귀가했을 때 “네가 참 보고 싶었다.” “네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와 떨어져 있어도 잘 지내는 걸 보니까 참 기쁘다.”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면 도움이 된다. 헤어질 때는 꼭 껴안아 주거나 뽀뽀를 해주고 손을 마주치는 등의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귀가 했을 때 예고 없이 외출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부모의 단호함과 따뜻한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된다. 강제로 격리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교사와 협력하여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학기는 아이들에게 힘든 순간이다. 부모와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꼭 필요하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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