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건 싫어 … 권투부터 축구· 암벽타기까지 다양
또 작심삼일? 새해가 되면 으레 운동으로 S라인 몸매를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건 모든 여성들의 로망. 하지만 서늘한 찬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려들면서 운동은 고사하고 꼼짝도 하기 싫은 귀차니스트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색 스포츠로 땀 흘리며 열심히 몸을 단련하는 주부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권투 축구 암벽타기, 하지만 그녀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이색 스포츠에 빠져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즐기는 그녀들을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권투 최윤미 주부, 권투의 매력에 푹~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권투가 카라 강지영과 이시영, 솔비 등 여자 스타들의 권투 장면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그들이 전하는 권투만의 진한 매력은 무엇일까? 이유를 알아보고자 양천권투체육관을 찾았다.
날씨도 몹시 매서운 지난 1월, 체육관 앞에 서니 퍽~ 퍽~ 샌드백을 치는 둔탁한 소리가 체육관 밖까지 새어나온다. 바람을 가르는 듯 사뿐사뿐 뛰는 줄넘기 소리에는 경쾌함마저 실려 있다. 손에 붕대를 감고 거울 앞에서 열심히 폼을 잡고 있는 주부 복서 최윤미씨(30). 연년생 아이를 둔 엄마로 직장인으로 바쁜 하루일과를 소화하고 있지만 권투만큼은 빼놓을 수 없단다. “남편이 권투를 먼저 시작했어요. 살이 빠지더라고요. 아~ 나도 해봐야겠다.” 윤미씨도 2개월 만에 5kg을 감량했다. 그리고 얻은 것이 자신감이다. “내가 너무 멋있어진 것 같아요. 거울 앞에 서서 폼을 잡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박동치는 소리를 들으며 운동할 때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는다.
윤미씨의 운동시간은 밤 10시부터 체육관 문 닫을 때까지. 퇴근하면서 유치원에 들러 아이들을 데려오고 저녁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재우면 10시, 그 때부터 복서로서 오롯이 윤미씨만의 시간이다. 아이들도 어리고 일에 지쳐 피곤할텐데 씩씩한 윤미씨는 체육관에 오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직장도 그만두고 운동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하는 윤미씨. 아이들이 잠들자마자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체육관으로 향할 때 기분마저 상쾌하단다. 체육관에 들어서면 스트레칭을 하고 양 손에 천천히 붕대를 감는다. 곧이어 줄넘기를 시작한다. 사뿐사뿐 뛰는가 싶더니 어느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땡~ 하고 3분마다 종이 울린다. 30초 쉬고 다시 줄넘기를 시작한다. 몇 번이나 했을까.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샌드백도 치고 링에 올라 스텝에 맞추어 폼까지 잡고 나면 어느새 체육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갈 시간. 밤길이 무서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간다. 집에서도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아 다시 거울을 보고 폼을 잡고 퍽~ 퍽 어퍼컷을 날리다보면 어느덧 2시. 아~ 이제는 자야 되는데... 하면서도 놓기가 싫은 것이 권투 글러브란다.
언뜻 보기엔 수줍음 많은 새댁처럼 풋풋한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르자 눈빛이 달라지는 윤미씨의 모습에서 건강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암벽 등반 이현순씨, 나를 이기고 스파이더맨에 도전한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실내 운동으로 제격인 인공 암벽을 등반하며 성취감을 느낀다는 이현순(55 방화동)씨. 우연히 등산을 갔다가 내내 헉헉 거리는 자신에게 깜짝 놀라 기회가 되는대로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서 30여년 전 장비도 없이 바위를 탔던 20대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새겨졌다. 군화에 국방색 배낭을 메고 맨 손으로 바위와 바위 사이를 타며 절벽의 틈새를 무모하게 올랐던 젊은 시절의 향수가 느껴졌다. 그 때부터 인공암벽을 탈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봤더니 모두 먼 거리에 있어 그림의 떡이었다. 바로 자신의 집 가까운 마곡스포츠센터에 인공암벽교실이 있다는 것을 작년에야 알고는 바로 시작했다. 딸과 함께 시작했는데 처음엔 재미있어 하더니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 힘들어였을까? 지금은 이 씨 혼자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다.
처음엔 옴짝달싹 못하고 가만히 벽에 붙어 있는 것 자체도 힘들었지만 알록달록한 색상의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때 쓰는 인공 돌출물)를 손가락을 걸어 단단히 잡고 엄지발가락을 꽂아 버티며 엄지발가락을 꽂아 버티며 딛고 움직이는 것을 배웠다.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만만한 홀드를 잡고 수직 벽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공간을 옮기는데 집중하다보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마치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롭게 편안하게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단다.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면 3차원에서 4차원 공간으로 빠졌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고. 인공암벽에 부착된 홀드(디딤돌)를 오로지 두 손과 두 발로 잡고 딛고 올라가야 할 때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정상으로 차곡차곡 올라가다보면 어느덧 꼭대기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곳에 다다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비록 지금은 인공암벽에만 도전하며 착실히 기초를 쌓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암벽이나 빙벽에 도전할 예정이다.
인공암벽등반은 전신을 움직이는 스포츠인 만큼 충분히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필수이다. 그래서 신체 유연성, 균형감각, 심폐능력, 근력, 지구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집중력이 높아져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끊임없는 정복욕과 스파이더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만들어낸 스포츠인 ‘인공암벽’이 지닌 매력에 반한 회원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축구 김경선씨, 축구가 준 많은 즐거움에 감사해
국민 모두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하나가 되던 축구는 실로 온 국민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운동이다. 이런 축구가 지난해 여자 축구가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라는 결실을 맺으며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5년차 여자 축구인 김경선(50,신정동) 주부는 축구의 매력에 푸~욱 빠져 올 겨울도 추운 줄 모르고 축구장을 누볐다.
어느 해보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해누리 축구장을 누비는 김경선씨의 포지션은 미드필더, 그녀가 축구공을 가지고 운동장을 뛰어 다니는 모습은 너무 멋지다.
하지만 5년전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포지션이 뭔지 축구 룰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었던 그녀, 축구를 한다고 용감하게 나섰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난다. 무엇인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양천구에서 해누리 여성 축구단원 모집 소식을 접한 경선씨는 해누리 축구단에 가입(2007, 3)해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물론 다른 회원들도 거의 축구를 해본 적이 없고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들이었기에 부담 없이 시작한 축구, 그 축구가 이젠 그녀의 생활에 중심이 되었다.
“유니폼을 갖춰 입고 버스까지 대절해서 감독님과 함께 첫 대회를 나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감격이 새롭다”는 경선씨는 그때 정말 대단한 축구선수가 된 것 같았단다. 축구선수가 되어 공을 가지고 필드에서 뛰어 다닐 때의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 기분이 축구의 매력이라는 경선씨는 혼자 하는 운동은 조금 하다가 그만두기 쉽지만 축구는 여럿이 하는 운동이라 서로 격려도 하고 사람 만나는 재미도 있어 너무 좋다. “특히 실업팀 대표였던 민병국 감독으로부터 제대로 축구를 배울 수 있고 또 좋은 잔디 구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누리고 있다”고 귀띔한다.
“축구를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남편과 아이들과 축구도 같이 보며 대화의 폭도 넓어져서 가족관계도 더 좋아지는 등 축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 너무 즐겁다”는 김경선씨는 지난해부터 해누리 여성 축구팀 총무도 맡았다.
올 겨울 추위에도 월,수,금 3일을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뛰어다니다 보면 땀이 날 정도로 추위를 잊고 건강해진다는 김총무는 “많은 즐거움을 선물한 축구가 더 많은 여성들이 함께 그 즐거움을 같이하며 여성 축구의 저변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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