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니어가 사는법

경기도 박물관 문화 해설사 성낙훈씨

지역내일 2011-02-08

해설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유적 이야기

“여러분 도기와 자기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도기는 질그릇이고 자기는 사기그릇입니다. 도기는 유리질화가 안되어 숨을 쉬지요. 반면에 자기는 1300도 이상 고열에 구워 백색을 띠고 유기질화 되어 공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고려시대엔 1300도까지 불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가 없어 청자를 굽는 온도로 백자를 구웠지요.”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월의 마지막 수요일, 경기도 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는 겨울방학 막바지 숙제를 위해 방문한 학생들에게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박물관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성낙훈(78ㆍ용인 마북동)씨다. 팔순을 앞두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와 정갈한 말솜씨, 분명하고 확신에 찬 음성으로 관람객을 응대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40년 교직 생활 후 의미 있는 활동 처를 찾다가 시작하게 되었다는 해설 활동.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그의 동력원이 되고 있다. 

역사 선생님, 퇴직 후에도 역사를 해설하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해방을 맞았다는 그는 근현대사를 몸소 살아온 이다. 게다가 역사 전공 이후 40년 이상 교편을 이어왔던 터라 퇴직 이후 긴 무위(無爲)의 시간이 오히려 힘에 부쳤단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박물관 해설사 모집 얘기를 들었어요. 자식들 출가 시키고 아내와 둘이 집에만 있자니 무료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고심하던 차였으니 ‘올커니’ 했죠.” 그렇게 시작한 활동은 지금껏 10년 남짓 해설사라는 타이틀로 유지되고 있다.
“경기도 박물관에는 저 말고도 해설사 분들이 40여분 됩니다. 퇴직하시고 경력과 뜻을 살려 사회참여를 하고 계신 분들이죠. 이분들 중에는 영어, 일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에 능통하신 분, 교편을 잡았던 분, 공직에 계셨던 분 등 다양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인적 자원인 해설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많이 활용해 주시면 좋을 텐데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하루,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성낙훈씨.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1시, 3시에 있는 정례 해설 시간에 나가 관람객에게 설명을 하고 또 원하는 관람객이 있고 시간이 맞으면 아무 때라도 해설을 해오고 있다.  

박물관은 공공의 문화, 관람예절 필요해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에게 박물관 해설을 들었던 사람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남녀노소 다양한 관람객의 요구를 맞추는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을 터.
“요즘 사람들 취향이 제각각이고 관심분야도 다양해져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해설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학생, 성인 등 나이도 관심도, 이해도도 다양한 분들이니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죠.”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든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그. 두꺼운 스프링 노트 2권에는 그만의 해설 팁이 빼곡히 적혀 있고 틈날 때마다 익히고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누가 시켜 하는 일이 아니고 좋아서 자원한 일이기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공부하고 연구 하게 만드는 채찍이다.
“여기서 활동하는 해설사 분들이 모두 생계를 걱정할 분들은 아니에요. 단지 현직에 있을 때 가졌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그저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으니 좋고 행복하게 참여하고 있는 거지요. 저도 적성에 맞으니 이렇게 오랜 시간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웃음” 

보람이 주는 에너지는 노후 삶에 큰 활력
해설 이후에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주는 분들과 “설명을 듣고 나니 달라 보인다”, “우리 역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보람을 느낀다.
내친김에 경기도 박물관에서 놓치면 아쉬울 관람 팁을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보라는 것.
“너무 공부하듯이 하나하나 세세히 보려면 하루를 다 잡아도 보기 힘들죠. 박물관의 시대 흐름에 따라 진열된 유물 유적을 관람하고 특별히 본인의 관심과 흥미가 당기는 분야에선 집중해서 보면 됩니다.”
하지만 꼭 한 가지, 관람 예절은 지켜 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온 경우 수십 명의 학생들이 제각각 행동하고 아무렇지 않게 음료수 등을 마시는 행동에서는 관람 예절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학교에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학생들을 인솔해 오니 문제예요. 인솔 교사도 사전에 답사를 일절 오지 않고요. 그러니 아이들이 와도 효율적으로 관람을 할 수가 없지요.”
교사 출신답게 학교와 교사들의 행동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며 애써 겸연쩍어 하는 그.
하지만 동년배 퇴직 교사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아직까지 할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몸과 마음이 노쇠해지는 것은 할 일이 없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더욱 열심히 활동하면서 보람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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