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평범한 이웃 류우수, 이화영

따뜻한 손길로 깨끗한 거리를 만들어 갑니다

지역내일 2011-02-08 (수정 2011-02-08 오전 7:31:48)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미화원만의 몫이 아니다. 시민들 각자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동 자체를 삼가야 된다. 특히 담배꽁초는 크기가 작아서일까. 아무 개념 없이 바닥에 툭 던져버리는 사람이 허다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하얀색 담배꽁초. 담배 피우는 일이야 개인적인 기호라지만 끝마무리까지 깔끔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누군가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쓰레기를 또 누군가는 줍고 있다. 내일에서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면서 솔선수범해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동참하는 두 노신사를 만났다.


출근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류우수 명예교수



준비한 집게와 비닐봉투에 담배꽁초를 주워 담고 있다



“신사는 지나간 자리도 깨끗한 법이지요.”

출근하는 길에 연방 고개를 숙이면서 걸어가는 노신사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집게로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길을 가고 계시던 것. 담배를 피우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요즘 남이 버린 담배꽁초를 줍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풍경이다. 훌륭한 일은 널리 알려야겠다 싶어 인터뷰를 자청했다. 자발적으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드는 분은 알고 보니 동아대 류우수(해운대·78) 명예교수였다.
“시내에 살다가 해운대로 오니 신도시라서 그런지 참 깔끔하다 싶었어요. 그런데 쓰레기가 넘쳐 나는 곳에서는 차라리 쓰레기로 보이지 않았는데 깨끗한 곳에서는 오히려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겁니다. 이사 온 아파트에서 운동 삼아 한 바퀴 돌면서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웠지요. 그랬더니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거들더군요”라며 치우라고 말하지 않아도 입주민이 자발적으로 청소하니 직원들도 달라지더란다.
“출근할 때 보니까 거리에 담배꽁초가 많이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손으로 줍고 다녔는데 자식들이 질색을 해요. 손에 냄새도 배이고. 그래서 집게를 사고 종이컵을 가지고 다니면서 줍기 시작했지요. 아직까지 같이 따라줍는 사람은 없지만 줍는 모습을 보면서 덜 버리겠지 하고 기대합니다”라며 푸근한 웃음을 보였다.
“성경에 보면 ‘백발은 의(義)의 길에 있을 때에 아름다운 면류관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저는 그 내용을 실천에 옮겼을 뿐입니다. 화장실에 보면 신사는 머문 자리도 깨끗하다고 써있는데 저는 신사는 지나간 자리도 깨끗하다라고 말하고 싶네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습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화원이 아무리 열심히 치운다고 한들 소용없다”며 아이들 보고 버릇없다 말하기 전에 어른들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주변과 놀이터를 청소하는 이화영 씨



미화원이 휴무인 주말에 운동 삼아 치운다고 한다


“조금씩만 신경 쓰면 주변이 환해집니다.”

남천동에 사는 이화영(71) 씨 역시 자발적으로 아파트 주변을 치우고 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옆에는 아파트에서 구청에 기부한 어린이놀이터가 있어요. 입주 후 수개월동안 미화원이 나오지 않아 놀이터 주변을 가끔씩 치우기 시작했지요”라며 놀이터가 날이 갈수록 지저분해지자 보다 못해 구청에 전화를 걸었더니 기부체납 절차가 마무리되어야 미화원이 배정돼 청소를 나갈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청 일에도 절차가 있는 법이라 무조건 청소 인원을 보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그렇다고 놀이터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고. 그래서 운동 삼아 계속 놀이터에 나갔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소에 가끔 담배꽁초도 보이고 쓰레기도 날리고. 특히 깨진 병조각 같은 건 아주 위험하잖아요? 지금은 미화원이 날마다 청소를 해 깨끗합니다. 대신 휴무날인 일요일마다 나가서 놀이터 주변을 치워요. 미화원이 쉬는 날이라고 쓰레기가 쉬지는 않잖아요? 우리 손녀도 그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곤 하는데 뭐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요. 날이 따뜻할 때는 간혹 같이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요즘은 날이 추워서인지 저 혼자네요”라며 조금씩만 신경 쓰면 주변이 환해질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좋은 일 하신다는 말 한 마디 건네는 사람들 덕에 힘이 난다”며 놀다가 떠난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아무도 시킨 사람은 없다. 무슨 보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자 자발적으로 손길을 보태는 사람들. 세상이 아무리 팍팍해졌다고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이웃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들이 있어 여전히 따뜻하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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