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겠지만 올해 설날에는 고향을 찾지 마세요.”
경북 김천시는 12일 시민들에게 가족이나 자녀들의 귀향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김천시는 서한문에서 “공직자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아직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과 차량 등에 의해 전파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며 “시민들은 가급적 지역을 떠나지 말고 현 거주지에서 설 명절을 보내고 외지에 있는 가족이나 자녀들의 귀향도 자제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설 연휴동안 귀향을 자제해 달라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고 재래시장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김천시는 경북도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담화문을 발표해 달라고 경북도지사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요청했다. 전남 담양군도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전북도는 최근 14개 시군에 협조공문을 보낸데 이어 13일 정헌율 행정부지사가 부단체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가졌다. 축산농가의 가족들이 고향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북도는 매년 명절에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귀성객들에게 지역 특산품을 나눠주며 고향방문을 환영했지만 올해는 선물을 고사하고 방역차량을 가동해야 할 형편이다.
행정구역 경계에 있는 익산시 등은 명절 특별 방역반을 구성해 방역반에 포함된 공무원들은 차가운 도로에서 설을 맞게 됐다.
전북도청 박태욱 동물방역담당은 “긴급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불가피한 일이고 축산농가에서도 적극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설 명절 전까지 도내 소 전체와 돼지 종돈장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해 구제역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군 주민들은 아예 설 연휴를 잊었다. 타지에 나가있는 자녀들에게는 일절 고향방문을 하지 못하도록 연락을 취하고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홍성은 3월까지는 방역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는 설 자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선 농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설 준비가 방역장비 설치로 대체됐다. 마을 입구와 축사 출입로에 소독기를 설치하고, 방역용 생석회를 준비하는 등 벌써부터 분주하다. 지자체들도 귀성객들을 위한 마을별 행동수칙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국 추모공원에는 벌써부터 개인소독기 등 방역장비가 설치되고 있다.
설 대목을 기대하던 전국 재래시장들도 비상이 걸렸다. 경북지역에서만 192개 재래시장 중 47곳이 문을 닫았다. 강원과 경기, 충청 등 구제역이 퍼진 대부분 지역에서 마찬가지 상황이다. 구제역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전국 모든 시장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천안 병천시장의 한 상인은 “설 대목을 기대하던 상인들의 실망이 크지만 국가 재난상황이라니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셨다.
경북도 장원혁 축산경영과장은 “구제역은 주로 사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3000만명이 이동하는 설 연휴까지 구제역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 일부 청정지역도 위험할 수 있다”며 “설 귀성을 금지할 방법이 없어 방역과 홍보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최세호·방국진·이명환 기자 ddhn21@naei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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