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면 봉사의 즐거움도 두배로 커져요”
빼곡한 아파트 숲에 살다보면 아파트 밖에 사는 이웃들의 삶에 무관심해질 때가 많다. 그저 나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모두들 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파트 울타리 밖에는 도움이 절실한 우리네 이웃들이 가까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넨 건 다름 아닌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봉사단이었다. 일산종합사회복지관 그린나래 가족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지역 곳곳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그린나래 가족봉사단은 환경정화 봉사활동에서부터 출발했다. 일산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하천정화 활동에 주로 참여하며 대장천을 비롯해 가좌 송포지역 하천을 찾아 이를 정화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하천 주위의 더러운 쓰레기를 줍고, 하천을 정화시켜주는 EM 흙공을 던지며, 환경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지영씨(일산3동)는 “아이들이 처음엔 멋모르고 부모를 따라 나섰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게 됐다”며 “아이가 유독 깔끔한 성격인데 선뜻 하천 주위의 더러운 것을 스스로 찾아 청소하는 것을 보며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천정화 봉사에 참여한 문화초 3학년 이재준 학생은 “이 지구는 우리가 어른이 돼서도 다음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자원임을 배웠다”며 “지구를 깨끗이 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화초 5학년 박준홍 학생은 “평소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하천정화 봉사활동을 하면서 EM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하천을 정화하고 지구를 살리는데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백마디 말보다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며 배우고 성장한다. 부모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이웃에 대해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전옥희씨(대화마을)는 “아이들이 공기나 물처럼 평소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못 느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TV나 책을 통해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직접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는 모습을 보여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송중학교 2학년 엄소목 학생은 “돈이 없어도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쉬운 봉사든 어려운 봉사든 남을 돕는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가좌고 2학년 김하은 학생은 “지난달 발마사지 교육을 받고, 양로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와 부모님께 발마사지를 해드렸다”며 “기뻐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보며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웃에게 온정을 전하는 또 하나의 가족
지난 겨울 그린나래 가족봉사단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금전적인 후원을 했다. 또한 불우이웃돕기 연탄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 내 독거어르신들에게 연탄을 배달하기도 했다. 얼굴에 연탄을 묻힌 채 추운 겨울 구슬땀을 흘린 아이들의 가슴 속엔 여전히 훈훈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신일초 5학년 박지혜 학생은 “책에서만 보던 연탄을 처음보고, 아직도 연탄을 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처음엔 조금 놀랐다”며 “비닐하우스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미홍씨(주엽동)는 “연탄을 다 나른 후 독거어르신께서 사탕을 건네 주셨는데 아이가 아직도 그 사탕을 먹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며 “아이가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린나래 가족봉사단은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이웃들이 하나 둘 모여 만들어진 모임이다. 지역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자녀와 함께 봉사에 참여하고픈 이웃 17가족이 모여 모두 48명의 단원이 탄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발마사지를 해주고, 고양 올레길을 걸으며 자연환경 정화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 외에도 아이들 스스로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을 배울 수 있도록 지난 달엔 그린나래 청소년 봉사단을 발족했다.
박경희씨(대화마을)는 “아이들이 나중에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돼서도 이 모임을 잘 이끌어가며 꾸준히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기를 희망한다”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아이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서로 배려와 양보를 배워갈 수 있는 흔치 않은 모임이라 더 소중한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박인자씨(일산동)는 “요즘은 기껏해야 한자녀나 두자녀로 자기밖에 모르고 자라기 쉬운데 가족봉사단을 통해 언니 오빠를 만나면서 아이가 한결 더 즐겁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가족봉사단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세상에 온정을 나누는 작은 공동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린나래 가족봉사단의 큰언니인 정혜숙씨(장항동)는 가족이 함께 봉사하는 기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가족이 함께 봉사하며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또 다른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지요.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에 봉사가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이 되고, 그 즐거움과 기쁨이 두배로 커진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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