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교육 1번가’ 명성 무너진다

학원가 유해환경이 ‘탈 둔산’ 부추겨 … 상급학교 진학률도 한 몫

지역내일 2011-03-12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이소정씨는 최근 서구 둔산동에서 유성구 지족동으로 이사를 했다. 나이트클럽과 노래주점 등이 뒤범벅된 아파트와 집 주변 환경에 위협을 느껴서다.
이씨는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학원들이 모두 이곳에 밀집돼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둔산동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학원가 주변 유해환경이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돼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딸 가진 부모로써 무엇보다 학교나 집 주변 교육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막상 이사를 오고 보니 주변에도 나 같은 부모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모씨도 심각하게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남편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이사 온 김씨는 둔산지구가 대전의 교육 1번가라는 얘기를 듣고 둔산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곳의 교육환경이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아파트 주변이 학원가라 학원 선택의 폭이 넓어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와보니 술집과 노래주점 등이 학원과 같은 건물에 들어서 있어 학원 보내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유해환경이 없는 지역을 찾고 있다.
둔산동의 ‘교육 1번가’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학원가 주변의 청소년 유해환경이 주범이다. 최근 둔산 지역에서 10대들에 의한 장애 여중생 성폭행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부모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둔산지역 중·고등학교가 타 지역에 비해 상급학교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유성구 등 다른 지역에 둔산동 못지않은 교육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학부모들의 ‘탈 둔산’을 부추기는 이유다. 둔산권 중학교들은 대부분 한 반에 40명이 넘지만 노은지구 등은 35명 안팎이다. 학교 시설 역시 새로 지은 타 지역 학교들이 우수하다. 둔산동 같은 학원가가 다른 지역에서도 형성되고 있어 소위 학원 경쟁력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입·대입 진학률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해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대 합격자(2명 이상)가 서구는 19명에 불과하지만 유성구는 26명이나 된다.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률 역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둔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학원가에서도 수강생이 20~30% 줄 정도로 어 둔산권 집중 현상이 줄었다”면서 “건물 임대료 등을 고려해 다른 지역 이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최근 서구 인구가 유성구 등 택지개발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게 사실”이라며 “둔산지역의 교육환경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둔산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요즘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둔산권 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수나 학교시설, 교육환경, 진학률 등에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더 나은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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