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는 자세, 임신 출산 폐경 영향으로 여성에 호발 … 예방, 조기발견과 치료가 최선
이제 건강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관리와 노력을 통해 수명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사망률이나 발병률, 많이 걸리는 병이나 암의 종류까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저출산 및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 의료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건강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헬스피플 2010’는 사망률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생활환경과 습관 40%, 유전적 요인 30%, 주변환경과 자연을 20%로 정리한다. 의료환경은 겨우 1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병원의 의료서비스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녔는지 혹은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는지 가 건강을 결정짓는 더 결정적인 변수라는 것.
이에 분당내일신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행하는 ‘지역별의료이용통계’를 토대로 분당구의 만성질환과 주요 암, 질환별 진료현황과 특징 등 분당구의 건강현주소를 점검해 시리즈로 게재한다. 과연 우리 분당사람들은 얼마나 건강할까.<편집자 주>
주부 신소희(가명 51 분당구 금곡동) 씨는 요즘 우울하다. 지난해 폐경에 접어들어 갱년기라도 올까 봐 일부러 친구들을 찾아 만나고 바깥활동도 늘려봤지만 쉽지 않아서다. 이유는 아픈 무릎 때문. 취미로 등산을 시작했다가 통증이 더 심해졌다. 잘 움직이지 못해 활동량이 적다 보니 한 달 새 체중이 3kg이나 불었다. 병원 진단 결과 원인은 ‘퇴행성 관절염’. 폐경으로 인해 골량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줄면서 관절염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마디가 부어 모양이 변형된 정은영(가명 36 분당구 정자동) 씨.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손이 많이 붓고 뻣뻣해 자꾸 주무르는 게 버릇이 됐다. 하지만 불편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가 보니 ‘류마티스관절염’ 초기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 씨는 “관절염은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에게 생기는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30대에 관절염 진단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그동안 무심했던 내 뼈 건강에 대해 좀 더 신경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 연령 관계없이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여성 관절염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1% 앓고 있는 류마티스관절염은 그 중 85%가 여성. ‘관절염은 노인병’이라는 통념과 달리 환자의 약 40%가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이며, 3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 비율이 높다.
반면 퇴행성관절염은 50대 이후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이는 여성의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이 남성에 비해 약한 데다 무릎을 자주 구부리는 가사노동 특성상 무릎에 많은 부하가 걸리기 때문. 최근엔 40대에 폐경을 맞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뼈 노화가 촉진돼 퇴행성관절염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9년 지역별 의료이용통계’ 만성질환 현황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분당에서 관절염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총 4만6567명. 그 중 여성이 2만9586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하고, 남성은 1만6981명에 불과하다. 분당 서현동 서울나우병원 관절센터 김준배 원장은 “류마티스관절염과 퇴행성관절염 모두 여성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근육량이 적을 뿐 아니라 출산을 겪고, 가사 일 역시 도맡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직장일과 가사 일을 겸하면서 신체적으로 약화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는 곧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절을 많이 사용해 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닳아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관절염은 인체의 정상적인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바른 자세 유지와 정상체중 조절, 꾸준한 운동으로 예방
통계에 따르면 분당의 65세 이상에서는 절반이 넘는 54%가 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타나났다. 2009년 기준 해당인구 3만3642명 중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8191명. 이중 1만2779명이 여성 환자로 70%를 차지한다. 40대 여성 관절염 환자도 3939명으로 오히려 50~60대 남성보다 많았고, 20~30대 여성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꾸준히 늘고 있는 관절염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늦추기 위해선 평소에 걷기와 같은 운동을 통해 근육과 인대, 힘줄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좋다. 특히 40대 중반부터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통증이 나타날 때는 연골손상이 의심되는 만큼 반드시 검사가 필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퇴행성관절염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이 최선이다. 걸을 때 다리를 절거나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한 경우, 잘 때도 아파서 자주 깨는 경우 등이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게 좋다.
반면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류마티스관절염은 노화에 의해 나타나는 퇴행성관절염과는 원인이 다르지만 뼈를 약하게 만들거나 아픈 관절을 움직이지 않다 보면 뼈가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등 호르몬 변화까지 겹치면 뼈 손상이 더욱 빨라지는 것.
분당 야탑동 정자헌내과의 정자헌 원장은 “류마티스관절염은 전문치료 못지 않게 스트레스 관리와 식단 등 장기적인 생활요법이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갑작스런 충격으로 재발되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채식 위주로 식단을 유지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퇴행성 관절염의 예방법
1.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 수영, 산보 등을 규칙적으로 하여 근육을 강화하자. 한꺼번에 길게 하기보다는 적당한 운동을 가볍게 한다.
2. 비만은 퇴행성 관절염의 최대의 적. 식습관 조절로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다양한 식품을 먹되, 칼슘 및 비타민D 위주로 섭취한다.
3. 책상다리를 피하는 등 평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바른 자세를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4. 평소 무릎이나 팔꿈치와 같은 관절부위가 시큰거리거나 통증이 생겼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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