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꿈꾸는 여성들 - 화가 이영재씨
꿈, 누구도 늦지 않았다!
문화센터에서 그림 배우다 공모전, 시전, 국전까지 당선
화실에서 작업 중인 이영재 작가
절벽아래 무성하게 자란 풀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그 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평면의 종이 위에 넘쳐나는 빛과 공기가 고스란히 보인다. 살아있음이, 생동이 느껴지는 수채화의 절정이다.
다양한 공모전과 시전 특선, 국전 입선의 경력을 가진 이영재(38) 작가의 그림이다. 수채화가 정말 아름답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우리나라에 수채화 작가들이 사라져 가죠. 저는 누구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수채화 작가로 끝까지 활동하고 싶어요.”
그림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작가의 이 한마디에 화가로서의 그녀의 자세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시작하지만 어려운 수채화. 그림에 대한 애정과 실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사동에서 초청전시회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
이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지만 미대에 가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을 하고 출산도 했지만 여전히 그림에 대한 꿈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냥 주부로 살아가다 어느 날 김해에 무료로 그림을 배우는 문화센터가 있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정말 취미였죠.”
그러나 그것이 이작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화가 전명덕 선생님을 그곳에서 만났다.
“정말 선생님의 그림이 좋았어요. 열심히 배웠죠. 그러다 선생님의 권유로 화실에 가서 계속 배우며 그림의 맛을 알게 됐어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1년 동안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그 당시 그런 이작가를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서 드는 경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또 주변의 갖가지 이야기도 다 참아냈다.
그림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작가는 정말 열심히 그렸다고 한다. 자기 화실도 내고 강의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어떠한 경력, 배경도 가지지 못한 주부가 시전, 국전에 당선되기까지 그녀의 힘은 오로지 실력뿐이었다. 정말 그림을 좋아했고, 그림 그리는 것이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작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다보면 여전히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다. “너무 겸손해 하지 마라”는 전명덕 선생님의 말씀과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12살 아들, 이제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가족들이 그녀의 또 다른 힘이다.
이작가는 얼마 전 인사동에서 초청전시회를 했다. 또 부산시청 로비에 2년째 작품이 전시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주위의 이해와 지지도 생겨
“자신의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좋은 상황과 주위의 지지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다보면 상황이 좋아지고 가족들도 이해해요. 그러다 지지자가 되기도 하구요. 늦었다고 포기하면 절대 안 돼요.”
맨 바닥에서 온몸으로 그림을 배우고 사랑한 이영재 작가. 그래서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도움을 주는 이작가는 좋은 화가이자 좋은 선생님이다. 작품활동과 강의로 늘 바쁜 생활 속에서도 넘치는 활력과 젊음은 그림이 선사한 선물이 아닐까?
그림은 그녀에게 운명이다. 그러나 그 운명을 현실에서 꽃피게 한 것은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었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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