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들, 중학생 폭행 ‘사망’

연기 조치원서 대전으로 돈 뺏기 ‘원정’ 범행 , 피해자 부모 “경찰·119가 위치추적 요구 묵살” 주장

지역내일 2011-02-25
대전에서 10대가 집단으로 또래 중학생을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23일 중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정모(16)군 등 6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군 등은 22일 오후 8시쯤 동구 삼성동의 한 건물 옥상으로 모 중학교 1학년생인 지모(13)군 등 3명을 끌고 가 돈을 뺏고 주먹과 각목 등 둔기로 집단 구타해 지군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옥상에 실신한 지군을 내버려 두고 함께 끌고 온 최모(18)군 등 고등학생 2명을 데리고 나와 이동하던 중 지군의 친구인 김모(14)군 등 피해자 3명을 더 끌고 대전천 목척교 밑으로 가 휴대전화와 현금, 옷 등을 빼앗고 주먹과 발로 집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김군은 지군 아버지의 부탁으로 지군을 찾으러 다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정군 일행은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에서 평소에도 어울려 다니던 고향 선후배 사이로 이날 중학생들의 돈을 뺏기 위해 대전으로 ‘원정’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 20분쯤 “목척교 밑에서 학생 여러 명이 나이 어린 학생을 둘러싸고 소지품을 뺏고 때리고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 현장에서 정군 등 3명을 검거한 뒤 이튿날 오전 5시쯤 조치원읍내 일원에서 은신하고 있던 3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이들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 최군으로부터 “옥상에 중학생 한 명이 많이 맞아 쓰러져 있다”는 진술을 확보, 이날 오전 2시쯤 1차 폭행장소인 삼성동 건물 옥상에 도착했지만 지군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지군의 집에서 100m 거리에 불과한 범행현장에서는 정군 등에 의해 옷이 벗겨진 지군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신체 일부가 불에 그슬리는 등 훼손된 상태였다.
한편 이 과정에서 사망한 지군의 부모와 친척들이 관할 지구대와 119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주장기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위치추적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혹여나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며 경찰과 소방당국의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귀가 시간을 넘어도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달라고 지군 친구들에게 부탁했고, 이후 아들 친구들이 폭행을 당해 지구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대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아들의 위치추적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119로도 신고를 했지만 역시 묵살당했다. 지군의 아버지는 “1시간이라도 더 일찍 찾았더라면 행여나 아들의 목숨을 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요구를 묵살한 경찰과 119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붙잡은 정군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이들 전원에 대해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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