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교장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

평교사 출신 상원초 이용환 교장에게 듣다.

“아이와 교사, 모두가 행복한 학교 만들겠습니다.”

지역내일 2011-02-27

평교사 출신 상원초 이용환 교장에게 듣다.


“아이와 교사, 모두가 행복한 학교 만들겠습니다.”
지난 15일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따라 최종 지명된 38명 중 노원구 상원초 교장으로 지명된 이용환 교사(52). 교사 경력 30년인 그는 지난해 상원초 5학년 5반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평교사 출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낯선 경력의 소유자로 학부모의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3월 2일 상원초 교장으로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학교에 출근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승진 경쟁에서 물러나 있던 평교사 이용환이 꿈꾸는 학교에 대해 들었다.


평교사출신 교장이 바라본 교육시스템
내부형 교장공모제란 경력 20년 이상 교사 가운데 지원을 받아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 그러나 한국교원총연합회,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 속에서 부각된 건 ‘전교조’라는 딱지였다. 전교조 출신이라는 주변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대해서도 그가 스스럼없이 입을 열었다.
“특별할 게 없어요. 참교육이라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니까요. 아이와 교사 모두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상식적인 가치일 뿐입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원하는 것을 즐겁게 ‘배움’을 통해 얻어가고,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얻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이 교사는 교장을 꿈꾼 적이 없다. 현재까지 교장은 연공서열과 철저한 점수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거머쥐는 권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교장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 뻔했으니 그에게 ‘교장’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교장자리는 탐(?)낸 이유는 무얼까? 상원초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이 교장공모제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혁신학교’를 이끌어 왔던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늘 꿈꿔왔던 ‘혁신학교’를 꼭 성공시켜야겠다는 의지가 아이들의 숨 가쁜 하루와 평교사의 지친 일상을 지켜봐 온 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색다른(?) 교장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
‘상원초’를 4년간 맡게 된 수장(?)으로서의 각오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 과제는 학교를 ‘수업중심’의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일이다. 과중한 ‘행정업무’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할 수 없는 시스템을 고치겠다는 것. 교장과 교감, 행정전담요원이 교무 행정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책임져나간다. 교사는 수업 준비와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변화로는 교사의 수업과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 수업자료실에 ‘전담요원’을 배치하여 수업에 필요한 교구 및 준비물을 지원하고 최소한 주 2회만큼은 교사들의 연구시간으로 확보해주겠다는 것이다.
“제가 평교사를 오래해서 교사들의 고충과 숨겨진 열정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를 가르치는 일 만큼은 전문가입니다. 아이도 학교도 바로 서려면 교사가 제자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꼭 만들겠습니다.”
학교문화에 대해서도 그의 오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교장과 교사간의 상하 개념을 수평적인 문화로 개선하겠다는 것. ‘교무회의’에서도 토론을 통해 학교의 주요문제를 결정해 나갈 생각이다. 이때 교장은 단지 학교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교장, 교감 모두 ‘선생님’이라는 호칭이면 충분하다고.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마련되어 학생들 스스로 일정부분을 선택하게 된다. 계발활동, 동아리, 특별활동, 계절학기, 개인탐구학습 등 학생이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그 뒤에는 이 교사다운 남다른 철학이 담겨 있다.
“학생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와의 경쟁’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친구 또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성취감이 아닙니다. 경쟁은 스포츠 경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교실 내 경쟁 시스템은 꼭 없앨 생각입니다” 그 일환으로 상원초는 올해부터 시상, 경시대회, 일제고사 모두 없앨 계획이다.
과목과 시간표 개념을 벗어나 ‘블록 수업제’와 ‘주제 수업’ 방식의 변화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집중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수업연구’에 몰두해야 하고, 교사 협력 문화가 형성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제 학교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될 것 같다. 그가 지향하는 학교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만드는 ‘열린 소통학교이다. 학교를 선진국의 지역 커뮤니티처럼 열린 학습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것.
“학부모총회, 학부모의 밤 등 참여 공간을 만들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하고 평가받고 다시 반영하여 실행하는 과정을 순환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즉 학교 스스로 변화에 움직여주는 긍정적인 유기체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늘 ‘행복한 선생님’의 길 위에 서서
그에게 ‘교육’에 대해 물었다. 이용환 교장은 아이 곁을 지켜온 선생님답게 “ 상원초등학교가 지향하는 학교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행복한 학교’입니다. 미래사회는 지식정보의 양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 사람간의 협력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인재입니다. 그런 미래인재를 행복하게 키워가겠습니다”고 전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모두 행복한 곳, 출발도 목적지에서도 그리고 가는 길 위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그것이 제가 꿈꾸는 학교이며 그 학교의 선생님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교수 학습 위주의 학교재정 운영’ ‘토론을 통한 민주적 결정’‘전문적이고 친절한 교사’. 이 교장이 내건 목표에 이웃 학교 교장들의 마음이 불편할 지도 모른다.
학교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교장에 따라 흔들리는 학교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때는 제가 아니어도 학교가 올곧은 방향을 향해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최선을 다해 그 기초를 다지겠습니다. 그리고 평교사로 돌아가 아이들 곁에 서고 싶습니다 ”
그의 모습에서 누군가 닦아놓은 길 위가 아닌 새로 길을 설계하고 만들어 가는 개척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걸어 갈 상원초등학교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홍명신리포터 hmsin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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