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경우에는 바뀐 환경에 혼란스러워하고, 학교생활이나 또래관계에 부적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새내기 중학생들은 아동기를 벗어나 여러 가지 측면이 발달하는 청소년기로 첫발을 내딛으면서 가정 내에서도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중1을 미리 겪은 부모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부모의 역할을 짚어본다.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요
진심 담은 대화로 구체적인 어려움 알아내야
서은주(40·영통동)씨는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전쟁을 치룬 일을 생각하면 할 말이 많다. 처음부터 “교복이 뭐 이래, 너무 촌스러워 못 입고 다니겠어”로 시작된 트집이 “담임선생님은 볼수록 짜증나고 학교가 너무 이상해”하며 불만의 강도를 높여갔다. 그 시기에 으레 있는 투정이겠거니 여겼지만 서서히 지각횟수가 늘더니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황인혜(42·매탄동)씨의 딸은 말이 없었다. 새로운 학교환경에 대한 호기심도 보이지 않았고, 뭔가를 물어봐도 언제나 시큰둥했다. 친구나 선생님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어 엄마는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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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학교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는 것, 모두 부적응의 신호일 수 있다는 해밀아동청소년상담센터 박현주 소장은 “정작 본인들이 느끼는 불만은 교복이나 학교 자체가 아니라 가고 싶은 학교에 배정받지 못했거나 친한 친구와 헤어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선생님 또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온 불화 때문에 괜한 핑계를 대거나 아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그런 행동에 대한 진심을 알 수 있을 때까지 공감하면서 구체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알아낸 부적응의 원인에 따라 해결책을 마련하면 서서히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소장의 의견.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은데 내 뜻대로 안 돼요
소극적인 아이라면 자기를 주장하는 연습 필요
아들이 중학생이 된 후 싸우는 일만 늘었다는 현경숙(43·망포동)씨나 새로 중학생이 되는 딸을 가진 최정윤(39·세류동)씨의 고민은 아이들의 친구문제.
현경숙씨의 아들은 친구가 너무 많다. 여기저기서 찾아대는 친구 탓에 휴대폰 요금이 10만원을 넘기기 다반사고, 학원도 가끔씩 빼먹는다. 공부든 뭐든 잘하고 또래보다 성숙한 최정윤씨의 딸은 친구사귀기에 관심이 없다. 또래들의 행동이 유치하다고 무시하며 혼자가 편하다지만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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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절친 없이 다수와 몰려다니기만 한다면 무리 속에 들지 못해 기웃거리는 것일 수 있어 친구와의 어울림을 적절하게 조절시킨다. 친구사귀기에 무관심한 경우 친구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또래 문화에 적극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좋은 친구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시기니 만큼 진정한 친구관계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박 소장은 조언했다. 친구들과 사귀고 싶지만 잘 안 되고, 우울하고 슬퍼 보일 때는 왕따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외톨이가 된 경험은 심리적인 충격을 줘 정서문제, 대인관계는 물론 학업성취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자기주장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수동적인 아이여서 왕따를 당한다면 가정에서부터 자기주장을 명확히 하는 연습을 시키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다.
#문 닫고 들어가 버리는 아이와의 반복되는 전쟁
아이가 커 가는 만큼 부모도 함께 성장하라
손민정(40·정자동)씨는 초등학교 때는 나름 애교도 많던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 같아 애를 태운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대거리를 하면 속이라도 알 수 있으련만 엄마의 말을 아예 무시한다. 서너 번은 불러야 겨우 대답하고, 어떨 땐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보란 듯이 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김소희(44·원천동)씨는 아들과 남편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들의 버릇없고 반항적인 태도에 아빠가 무력을 사용,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아들은 더 공격적으로 변해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교생활에서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힘으로 다투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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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행동은 가정의 부모-자녀 관계가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보이는 부모의 행동과 아이에 대한 태도는 정서적 안정이나 학교생활 적응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이가 커 가는 만큼 부모도 따라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성이 커져가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처럼 내 통제 안에 두려고 지나친 지시나 간섭, 명령 등을 하면 관계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아이의 반응도 강한 반항, 앞에서는 말을 듣지만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저항 또는 무기력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마음샘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김은실 소장은 전했다. 아이들의 선택권이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 아이의 느낌과 욕구를 부모의 시각이 아닌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고, 가슴으로 통하는 대화를 많이 하면 대립이 아닌 이해로 감싸 안을 수 있을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수평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덕목중의 하나란다.
도움말 해밀아동청소년상담센터 박현주 소장
마음샘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수원센터 김은실 소장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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