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감당 못해 용인 수지 등으로 이사 …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반전세’ 늘어
지난해부터 계속된 아파트 전세난은 설 연휴 이후에도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고공행진 중입니다. 극심한 전세 품귀에 봄철을 맞은 학군 수요와 신혼부부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전세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는데요. 특히 입주 3년차를 맞는 판교는 2년 전 입주 당시와 비교해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세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습니다.
전셋값을 올려줄 돈으로 이참에 소형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세입자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돌리고 오른 차액을 월세로 내는 등의 ‘반(半)전세’도 크게 늘었다고 하네요.
분당이나 용인 역시 전세 대란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겠지요. 그동안 미분양 정체와 하락세로 거래가 일절 끊겼던 용인에서도 소형아파트 매매가 간혹 성사되고 있다니 말입니다. 아파트 전세금이 5000만~6000만원 가량 올라 매매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매매로 옮겨가는 세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인데요. 그칠 줄 모르는 전세 상승세 속에 분당 판교 아파트 세입자들의 천태만상 위기 극복기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2011년 분당지역 부동산의 임대시장 변화와 전망까지 함께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전세계약 만료 돌아온 판교 임대시장 들썩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1단지의 풍성신미주아파트(83㎡)를 1억7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상은(40 가명) 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3억2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 중이다. 2년 전 입주할 당시에 비해 전셋값이 두 가까이 올랐기 때문.
김 씨는 “지난해부터 전세가 계속 오르고 있단 뉴스는 들었지만 딱히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면서 “막상 집주인 전화를 받고 보니 서럽기도 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집주인은 인상된 전세금 마련이 어렵다면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를 제안해왔다. 하지만 김 씨는 “월급쟁이가 매달 월세 100만원을 마련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다 돌려받지 못할 돈이라고 생각하니 더 속상하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분당 운중동의 진영미(가명 33)씨도 턱없이 오른 전세금 때문에 결국 이사를 선택했다. 2009년 3월 결혼해 산운마을5단지(84㎡)에 신혼집을 꾸몄지만 며칠 전 집주인이 2억8000만원 밑으론 전세를 놓지 않겠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금과의 차액은 무려 1억5천만원. 아직 자녀가 없어 학군이나 교육에 대한 부담이 없는 진 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용인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진 씨는 “아직 신혼이라 살림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상황인데, 몇 천만씩 빚을 내어 집에다 묻어두고 싶진 않다”면서 “판교에 병원이나 쇼밍몰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더 살기 좋아질 거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서운하긴 하다”며 아쉬워했다.
분당지역 아파트 전세도 최고 40%까지 올라
분당의 세입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분당 서현동의 정진희(가명 44)씨는 시범단지 삼성아파트(105㎡)에 2009년 3월 전세 2억6000만원에 들어와 살고 있다.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최근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3억3000만원까지 오른 상황. 전세금 차액 마련이 어려운 정 씨는 “중학생이 되는 딸의 학군을 생각하면 쉽게 이사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 평수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나마 작은 평수는 전세가 귀해 부동산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물건 자체가 없는 전세 품귀라고들 하지만, 정작 대형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에 50평대의 아파트를 소유한 전영일(58 가명) 씨는 4억원에 전세를 내놨지만 몇 달째 집이 나가지 않고 있다. 30평형대 중형아파트와 2000~3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융자까지 끼고 있어 세입자들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 수내동 양지마을 인근 현대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국의 전세난 여파로 분당 역시 2년 전과 비교해 최대 40%까지 전세가 올랐다”면서 “여유 있는 집주인은 웬만하면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 세입자를 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분당은 전세 품귀현상, 판교는 전셋값 폭등이 걸림돌
그렇다면 이같은 전세난은 왜 벌어진 걸까.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정부에서는 주택수요와 공급 부족, 매매시장의 부진 등을 전세난의 주요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옮겨가면서 전세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여기에 시체차익보다는 저금리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까지 변화하고 있다. 전세를 놓을 경우 임대수익은 은행과 같은 4%선 이하가 될 수 밖에 없지만 월세 형식으로 바꾼다면 연 7% 가량의 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가 급속히 사라지고 이른바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반전세’나 월세가 임대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서현동 시범단지의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전세나 월세 비중이 전세에 비해 훨씬 낮았지만 최근엔 아파트 임대 10세대 중 3~4세대가 월세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분당과 판교의 전세 대란 모습도 차별화된다. 분당지역이 전세 물건 자체가 자취를 감춘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면, 판교는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폭등한 전셋값이 걸임돌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동판교 아파트 중 입주가 가장 빨라 이달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봇들마을1, 2단지의 경우 단지당 20여개 이상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긴 하지만 1억원 이상 오른 전셋값 때문에 계약까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 분당 판교동 판교한림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 중엔 재계약을 하는 경우보다 전세금을 이기지 못하고 이사 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서 “비교적 전셋값이 싸면서도 비슷한 생활권에 속하는 용인 수지 일대나 분당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올 가을 신분당선이 개통되고 판교테크노밸리 이전 기업이 늘어나면 판교로의 이주 수요가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어 판교를 중심으로 한 분당의 전세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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