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공부의 비결요? ''제대로 노는 거죠''
호기심 스스로 해결하도록 허용된 가정환경 속에서 남다른 영재성 길러져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면서 스펙쌓기가 열풍이다.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 및 경력을 만들어놓아야 입시에 유리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자중을 졸업하고 용인외고 국제계열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우선영 양은 별다른 스펙이랄게 없는 학생. 각종 경시대회나 영어인증시험 한번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 양과 30분만 대화를 나눠보면 다양한 영역에 놀라울 만한 지식과 창의성과 논리성을 갖춘 인재라는 금방 알게 된다. 호기심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즐기다 보니 우등생이 되어 있었다는 우 양의 즐거운 공부이야기를 들어보자.
초등5학년때 인체에 관한 100쪽 짜리 책 만들어
"어렸을 때 우연히 하늘을 쳐다보다가 구름을 봤는데 구름은 왜 생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달려가 책꽂이에서 기상과 구름에 관한 책을 모두 찾아냈고 읽기 시작했어요. 구름에 관한 나름의 지식 체계를 완성했고 제 생각을 섞어서 30여 쪽 분량의 책을 썼어요."
우 양은 이렇게 모든 호기심을 책으로 해결했고, 책을 통해 호기심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결론은 반드시 포트폴리오 형태로 만들어 나갔다. 학원 다니느라 바쁜 친구들과 달리 초등학교때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은 덕에 혼자만의 탐구활동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우 양은 말한다.
"5학년 때는 인체에 관한 책을 10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었어요. 숙제처럼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닌데 온 집을 다 어질러가며 도화지로 인체구조도 모형을 만들고 각 신체의 각 부위를 오리고 붙이면서 혼자서 100쪽 짜리 책을 완성했죠.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우연히 이걸 담임선생님께 책을 보여드렸는데 ''정말 네가 만든 것 맞냐?''냐 하시며 감탄하셨어요."
유아들에게 세상은 호기심 투성이.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호기심은 없어지고 질문도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우 양은 아직도 세상은 알고 싶은 것 투성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는 진정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갖추게 된 것도 우 양이 어린아이다운 수순함 간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탐구학습법에 교과서 접목, 중위권에서 전교 4등 최상위권 올라
창의성이 매우 뛰어난 아이는 좋아하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성향 때문에 학교 공부까지 잘 하기는 어렵다. 교과서라는 틀 안에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학교공부의 특성이기 때문.
중3때는 상위 5%이내의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우 양도 한때 이런 벽에 부딪혔었다. 공부를 좋아하지만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초등학교때까지는 몰랐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성적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중1 첫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8등을 했어요. 첫 시험에서 이런 성적이 나오니 스스로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체념했죠. 2학년이 되면서 1등하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어요. ''쟤는 나를 알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억울하더라구요.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존재감이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된 거죠."
이 후 우 양은 2학년 끝날 때까지 전교 5등 안에 들겠다는 무리하다 싶은(?) 계획을 세웠다. 그때부터 우 양의 고민은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가 뭘까?'',''공부는 어떻게 하는 거지?''에 집중됐고 특유의 탐구력으로 이 고민들을 해결해 나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학기말 시험에서 전교 4등을 한 것이다. 목표가 초과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제가 해 왔던 공부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었어요. 문제는 좀 방만한 공부를 했다고 할까요? 제가 그동안 간과한 것이 교과서였어요. 교과서 읽고 또 읽으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꽂이고 가서 찾아봤고 교과서 내용 중심으로 꼼꼼하게 노트정리도 시작했어요."
남 다른 사고, 독특한 시각, 풍부한 표현력은 책이 준 선물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고 결론내리는 습관은 글쓰기나 말하기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우 양이 정교한 지식과 날카로운 사고력이 요구되는 토론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열차의 기관사가 철로위에 5명의 인부가 작업 중인 것을 발견했다. 하필 이때 열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비상 철로위에 1명의 인부가 있음을 발견했고 핸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학 강의의 일부다. 용인외고 구술면접에서는 강의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여기서 나타난 딜레마를 설명하라 는 질문이 우 양에게 주어졌다.
"여건과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5명을 포기하는 것보다 1명을 포기하는 것이 수적으로 봤을 때 효율적인 선택이지만 만약 그 1명이 기관사의 가족이거나 친구라면 기관사는 5명이 있는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즉, 운전자와 각 갈림길 위 인부와의 관계와 같은 여건에 따라 운전자의 선택이 달라지는데 이것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던 우 양.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는 우 양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남 다른 사고, 독특한 시각, 풍부한 표현력, 재치있는 말솜씨의 비결이기도 하다.
"계획을 세워 공부했지만 쉽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소설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제 삶이 아닌 작가나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공부를 하다 겪는 사소한 슬럼프가 좀 더 가볍게 느껴지고 차분한 마음으로 현실을 대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미국 대학 진학해 미생물학 공부할 것
아버지가 로켓연구원인 덕분에 다른 친구들과는 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는 우 양은 5살때까지 러시아에서 살았다. 하루 종일 자작나무 숲에서 개미같은 작은 존재들과 놀면서 보냈다고. 영재판정을 받거나 영재교육원 다니지 않았고 학교 교육 외에 어떤 사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우 양이 영재로 성장한 이유는 제대로 놀 줄 알기 때문이다.
우 양이 용인외고 국제계열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진학해 미생물학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험을 하기 위해 초파리를 잡았을 때 대부분의 초파리들은 위를 향해 날았어요. 하지만 단 한 마리만 제가 미리 준비한 과일껍질 위에 앉았죠. 어쩌면 그 초파리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선택을 한 걸지도 모르죠. 마찬가지로 저도 미국대학에 진학해 한국친구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 보고 싶어요. 미국은 저에게 가장 맞는 공부환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중2때 미국 오리건주립대 환경캠프를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우 양. 미생물학 공부해 환경오염과 바이러스에 의한 새로운 질병 등을 해결하는데 공헌하는 글로벌 인재가 되어 고국에서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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