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 항문에 약일까? 독일까?

지역내일 2011-02-16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절반 정도는 크고 작은 항문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항문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는 상담 중에 ‘비데가 치질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다. 좌욕이 치질 완화에 좋긴 하지만 하루 3~4회씩 하려면 번거로우니까 그 대신 비데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비데는 용변 후 주름 사이에 남은 이물질까지 제거해 주므로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휴지보다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소변을 볼 때마다 비데를 할 만큼 자주 사용하면 항문 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되는 비데 사용을 위해 오랜 기간 환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정리한 올바른 비데 사용 요령을 소개한다.


첫째, 과도한 수압은 치질을 악화시키므로 수압은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 초기 치핵 환자가 강한 수압으로 비데를 하면 치핵 주변의 혈관이 터져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변비로 인한 급성 치열로 항문 점막에 상처가 생긴 상태라면 강한 물살 때문에 상처가 더 커지거나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비데의 수압은 ‘약’이나 ‘중’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공공장소에 설치된 비데는 분사구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세균에 감염된 비데 물살이 항문이나 직장으로 침투하면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엔 물살이 질까지 침입해 질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집에서 사용하는 비데가 아닌 공용 비데는 가급적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셋째, 용변을 본 후 하루 1~2회 정도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데를 너무 자주 하면 항문을 보호하고 배변을 원활하게 돕는 기름층까지 씻겨져 나간다. 기름층이 벗겨져 피부 점막이 건조해지면 항문이 심하게 가려워지는 항문 소양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관장 효과가 있는 ‘쾌변 기능’을 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엔 항문 괄약근의 운동 능력이 약해져 변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데를 사용한 후에는 휴지나 따뜻한 바람을 이용해 엉덩이를 잘 말려 줘야 한다. 항문은 구조상 물기가 잘 마르지 않는다. 습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 건조까지 신경을 써주도록 한다.


항문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비데 사용 외에도 평소 항문 보호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샤워나 좌욕 등 항문을 씻은 다음에는 바디 로션을 발라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괄약근을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운동’을 수시로 해 주는 것도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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