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만 좋다말고 꿈의 시야를 넓혀 보세요”
“우리 친구들 지난번 월드컵축구 봤나요? 태극 전사들 모두가 잘 뛰어 준 덕분에 16강을 했고,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올랐었지요. 그런데 그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축구를 잘하게 되었을까요? 남다른 열정과 집념으로 피나는 노력을 해왔고 자기 자신과 나라를 위해 오늘도 뛰고 있는 것입니다. 뭔가를 이루려면 바로 그런 열정과 집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직업을 가질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난 여름 신흥동복지회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초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꿈의 크기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 준 이들은 ‘드림메이커(Dream maker)’ 시니어 봉사단. 일명 ‘꿈 만들기 원정대’다.
전직 교사, 공무원, 기자, 약사 모두 모였다
저소득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해 6월 발대식을 갖고 결성된 분당노인종합복지관(관장 최영대)의 시니어 봉사단. 과거 전문직에 종사했던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륜과 지혜를 모아 어린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자 모였고 모두 22명의 활동가들이 드림메이커가 되었다. 이들은 전직 교사부터 공무원, 약사, 직업 군인, 경찰, 언론인 등 다채로운 직업 군을 형성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만만찮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직 언론사 기자 출신인 김충수(66ㆍ판교동)씨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좀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려주고 꿈을 넓혀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희들이 나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얘기하는 데도 흐트러짐 없이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이 마냥 대견하고 이쁘답니다.”
약사 출신인 남경인(68ㆍ정자동)씨도 아이들에게 꿈 이야기를 펼칠 때 오히려 생동하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보람을 얻고 온다고 밝힌다.
“저는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싶은 꿈을 키워왔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약대에 갔고 결과적으로 약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엔 내 꿈을 펼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돌이켜 보니 약사로서의 직업 만족도는 매우 높았더라고요.”
그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아이들을 만날 때 현실과 꿈의 조화도 중요함을 이야기 해준다는 남씨. 아이들이 약에 대해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할 때면 하나라도 더 얘기해 주고 싶은 할머니 마음으로 귀담아 듣고 다정히 얘기해 준단다.
꿈을 만들려면 아이들의 독서 습관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39년을 재직했던 박영희(72ㆍ정자3동)씨도 드림메이커로 활동하면서 “예전 가난했던 시절과 비교해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꿈의 크기가 줄어든 것 같아 안따깝다”고 전한다.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요. 이 집 아이가 뭔가를 하면 나도 해야 하고 저 집 아이가 하면 또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죠. 생각을 하고 꿈을 키워갈 시기에 컴퓨터, 게임 밖에 출구가 없어요.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이들이 절반이 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시대가 꿈을 말려 버리는 것 같아요.”
남경인씨 또한 아이들에게 꿈을 넓힐 수 있는 무대를 크게 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게임기 가지고 있을 땐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아무 반응이 없어요. 책도, 신문도 안보니 좁은 생각만 가지고 또 그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고집만 세지고 편협해져요. 그러다 보니 편한 것, 돈만 많이 버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그 모든 출발이 책과 사람에 대한 공부, 인문학적 시야가 부족한 탓입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허하라
어려운 시대의 역경을 온몸으로 돌파하며 살아왔던 이들 60~70대의 드림메이커. 전쟁과 굶주림을 이겨 낸 원동력은 바로 공부였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야 할 아이들이잖아요. 무대가 여기가 아니라 전 세계죠. 그러니 꿈의 크기도 무한히 넓혀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들을 찾길 바라죠. 또 그 꿈에 다가가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이랍니다.”
처음엔 저소득 방과후 어린이들에게 국한 되었던 이들의 활동은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얻은 호응을 힘입어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어린이들에게로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분당 노인종합복지관의 노창환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무보수 봉사임에도 적극적으로 강의안을 준비하시고 수업시연도 하시면서 열정을 보이신다”며 “전문직 경험과 연륜을 동반한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꿈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아이들이 많은 감화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한해에도 좀더 많은 어린이들의 꿈을 만드는 일에 두 팔과 두 다리를 걷어 부치고 ‘아자’를 외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드림메이커 활동가들. 젊은 부모들에게 애정 어린 당부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의 꿈의 크기를 넓혀갈 수 있도록 책과 신문을 많이 접하고 또 여행도 많아 다니고 일기도 자주 쓰고 해서 생각의 크기, 꿈의 크기가 매일매일 조금씩 자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연예인만 꿈꾸기엔 우리 아이들의 재능과 꿈이 너무나 오색찬란하니까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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