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저희 스스로 찾아 나섭니다!
제2차 학생자치법정이 열린 지난 12월 23일, 수내중학교 대강당은 법복을 입은 학생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피고학생들, 법정 참관인들로 가득 차 열띤 분위기였다.
이날은 벌점 초과로 자치법정에 서게 된 피고 학생들의 처벌 선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피고의 벌점에 의거하여 독서 감상문 3편, 반성문 10장, 교내 봉사 3일을 구형 하고자 합니다.” 검사를 맡은 학생의 발언이었다. 이에 피고 학생의 변호를 맡은 학생의 변론이 이어졌다. “본 피고학생의 벌점 중에는 같은 날, 같은 벌점이 중복 부과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피고의 억울한 심정과 개인 의욕상실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두발에 대한 벌점은 피고가 판교에 살면서 통학시간이 길고, 판교 근처 미용실이 없어 머리 자르기가 번거로운 처지를 이해해 너그러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법정에 서기 전에, 피고 학생과의 사전 면담으로 꽤 구체적인 변론을 준비한 듯 했다. 이어서 피고 학생에게도 최후 진술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동안 벌점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방면에서 상점을 쌓기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치법정을 통해 벌점이 상쇄되길 바라며, 이런 기회를 제게 준 학교와 자치법정에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바른 학교생활을 약속하겠습니다.”
학생인권, 학생들이 능동적인 주체가 될 때 의미 있어
체벌이 금지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부당한 체벌이 없어지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학생 통제가 되지 않아 무질서한 교내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체벌을 대신할 학생 통제 수단으로 강력한 벌점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체벌보다 무서운 것이 벌점(감점)제도라며 실질적인 불이익이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학교가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수내중학교 류근보 교장은 “학생의 개성과 인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는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수내중학교의 ‘학생자치법정’은 성남시에서 최초로 실시되어 학생 스스로 인권 지키기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수내중 학생생활인권 부장을 맡고 있는 이계만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사항 제정 전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자체적인 해결하길 바라면서 학생자치법정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학생자치법정 준비를 위해 담당교사와 학생회간부들은 직접 서울고등법원에 견학을 가서 형사재판에 참석했다. 자치법정 판·검사와 변호사를 뽑을 때는 지원자가 많아 필기에 면접시험까지 치렀다고 한다.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법정을 위해 미리 시나리오를 짜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실시해 원활한 시스템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학생자치법정, 우리에게는 큰 의미였다
판사 유규상(3학년)
학생회장으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판사로서 자치법정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중학교 사춘기 시절에 체벌이나 과중한 벌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치법정을 통해 선생님들의 개입은 줄이면서 학생 스스로 실현 가능한 처벌을 내려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체벌이나 벌점을 받으면 학생 나름대로의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는데, 만 자치법정을 통해 피고로 서는 학생은 자신을 변호해주는 친구에게 불편한 점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두들 공감을 하면서 진지하게 참여를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시행해보길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피고인 정성훈(가명·3학년)
피고인 입장으로 자치법정에 서게 된다는 게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쁘기도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오히려 담담하고 서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변호해주는 친구에게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법정에서도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만인들 앞에서 공언한 것이니 앞으로 학교생활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치법정 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배들에게도 자치법정에 서게 된다면 창피해 하지 말고, 피고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도 학생의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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